항공업계 '노딜'의 기억…고민 깊어진 채권단·금호산업
항공업계 '노딜'의 기억…고민 깊어진 채권단·금호산업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7.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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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청에 응답 관심
대금 낮추기 전략 불가피…요구 불응 시 계약 파기 명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인수를 위한 재실사를 요구한 가운데, 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청을 두고, 현산이 인수가를 낮추려는 전략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과 인수 무산 결정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으로선 재실사 요청을 받아들이면, 현산의 인수가 낮추기 혹은 인수 무산 전략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주항공-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 과정처럼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계약금 반환을 두고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두 상황 모두 결국 인수 무산을 향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산의 인수 포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현산이 밝힌 재실사 요구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산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하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에 속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현산이 요구한 재실사 기간은 올해 8월 중순부터 12주 동안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성공적인 M&A 종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며 “앞으로도 당사가 거래종결까지 이행해야 하는 모든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만 드러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재무상황 악화로 인수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총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은 코로나19 여파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280%다. 이는 전 분기 1387%의 4.5배에 달한다. 올해 1분기 부채는 13조2041억원으로 전 분기 12조5951억원 대비 약 6000억원 늘었다.

현산은 ‘인수 의지 변함없음’, ‘성공적인 거래종결’ 등을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인수 무산보다 재실사를 통해 M&A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재실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산이 인수 포기 선언을 할 명분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산이 인수 무산 결정을 앞두고, 명분을 쌓기 위해 재실사를 요청하면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수종결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산은 전날 자료에서 “현재까지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충분한 공식 자료나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수 무산 시 책임 공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산은 계약이 무산하면 인수 대금의 10%인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까닭에 현산의 이번 재실사 요청은 소송전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산의) 재실사 요구 의도는 인수 대금 재산정과 실사를 통해 적정한 이유를 찾아 인수 무산으로 가려는 것이란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있다”며 “채권단과 금호산업 입장에서도 재실사 요청을 거절하기도 힘들고, 실사를 다시 하자니 시간이 들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재실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곧장 계약 파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산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