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정상의 비정상화
[e-런저런] 정상의 비정상화
  • 신아일보
  • 승인 2020.07.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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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붉은 수돗물'로 한 바탕 홍역을 앓은 인천시가 이번에는 '수돗물 유충'으로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초 인천 서구 왕길동 모 빌라에서 처음 발견된 '수돗물 유충'은 이후 부평, 강화 등 인천 타 지역은 물론 경기 시흥·화성·파주, 그리고 서울과 청주, 부산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물론 인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돗물 유충' 신고는 단순 외부유입에 의한 것으로 일단락되기도 했다.

인천의 경우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깔따구’ 유충은 왜 여과지에 남아 있었을까?

수돗물 유충 관련 취재 과정에서 한 지자체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활성탄 여과지는 일주일에서 열흘 주기로 역세척을 하는데 공촌정수장은 거의 2주에 한 번씩 한다고 들었다"면서 "오히려 공촌정수장 관계자가 여과지 역세척을 왜 그렇게 빨리 하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활성탄 여과지는 시간이 흐르면 유기물들이 표면에 붙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유기물들이 벌레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물의 방향을 바꿔 수압을 높이는 ‘역세척’을 통해 유기물을 없애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의 원인이 단지 역세척을 하지 않아서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매뉴얼을 지키는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방식이 ‘비정상’인 것으로 오도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결국에는 이처럼 기본적인 매뉴얼 등을 정상적으로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