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항공업계 재편…M&A 무산 후폭풍 거세
물 건너간 항공업계 재편…M&A 무산 후폭풍 거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7.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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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스타항공, 소송전 벌일 가능성에 주목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포기할거란 우려 나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 무산 우려가 현실화됐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최종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결정에 따라 업계의 관심은 아시아나항공 M&A로 쏠리게 됐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과 인수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M&A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자력으로 회복할 수 없어 결국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양사는 앞을 소송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 등에 법률 자문을 맡기고,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 등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법적 공방에선 제주항공이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000만원과 대여금 100억원 반환,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 발생과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 소재,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으려던 1700억원의 인수 금융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당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각각 1000억원과 7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제주항공은 자구책 마련과 금융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에 힘쓸 계획이다.

당초 제주항공은 정부의 지원책인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 기준(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을 충족했다. 다만,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 저비용항공사(LCC)를 제외하면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정부의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LCC에 대해 135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운영자금과 관련해 자체적인 자구노력과 금융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소송 등 전망과 관련해선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선언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아시아나항공 간 M&A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HDC현산은 지난달 9일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밝혔지만, 채권단과 아직 추가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제주항공의 이번 결정을 본 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M&A 포기 결정을 더욱 쉽게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M&A 무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를 지켜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선언이 아시아나항공 M&A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HDC현산이 인수를) 안 하는 쪽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