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태영호 신고식' 된 이인영 인사청문회… 친문 맹공
'국회의원 태영호 신고식' 된 이인영 인사청문회… 친문 맹공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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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아직 주체사상 신봉하느냐" 질문에 與 맹폭격
이인영 "민주주의 이해도 떨어져"… 김영호 "신중해라"
전해철 "아연실색"… 이재정은 "질의 태도가 반헌법적"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되려 '국회의원 태영호 신고식'이 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도덕성과 비위 의혹 검증에 나섰다.

이 후보자 '사상'에 대한 여야 난타전은 주영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서 포문이 열렸다.

태 의원은 먼저 4·15 총선에서 당선된 것과 관련해 "지역구 선거를 해보니 제일 먼저 나가온 네거티브(공세)는 '태영호는 빨갱이다, 사상검증 안 됐다'는 것이었다"며 이 후보자를 향해 "후보자께서도 생애 기간 이런 말씀 들어보셨겠죠"라고 질문하며 공격의 시동을 걸었다.

이후 태 의원은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는 제목의 비교 자료를 내들며 이 후보자의 운동권 시절 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여러 의혹을 제기하던 중 "후보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며 "후보자도 '주체사상을 버렸다,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다'라고 공개 선언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건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얘기 아니겠느냐"며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아무리 의원님이 제게 청문 위원으로 묻는다고 해도 그건 온당하지 않은 질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덧붙여 "북에선 '사상 전향'이라는 게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겠지만, 남쪽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같은 게 법적으로 (규정)되진 않아도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의원께서 제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여당도 태 의원에게 맹비난을 쏟았다. 특히 이낙연·이상민 의원 등은 이에 대해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지만, 친문 인사를 중심으로 힐난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외통위 간사 김영호 의원은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이자 통일부 장관 후보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라고 하느냐"며 "국회를 굉장히 모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을 향해 "신중하게 접근하라"며 "통일부 장관에게 입지를 축소시키고 예민한 문제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문의하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태 의원을 바라보며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 후보자와 같이 독재시절 수많은 청년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그렇게 함부로 폄하할 대상이 아니고, 천박한 사상 검증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과거 진보성향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으로 활동했던 이재정 의원 역시 태 의원 등을 겨냥해 "질의시간을 애써 써가면서라도 되짚어야 할 내용이 있다"며 "지금 후보자 과거 생각과 사상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가 반헌법적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후에는 당내 중진급 인사가 나섰다. 

3선 전해철 의원은 "사상 전향 얘기가 나와서 아연실색했다"며 "최소한 후보자의 살아온 여정·활동·생각 등에 대해선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더군다나 보편적 시각에서 일반화할 수 있는 얘길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여정과 비교하며 후보자 사상 검증 이상의 전향을 운운하는 건 후보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주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얘기한 걸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다신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고 평화와 국민을 위해 한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사상을 '운동·좌파' 같은 발언으로 폄하한 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 의원을 향해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까지 온 걸 굉장히 환영한다"면서도 "'전향'이라고 하는 건 헌법에 의해 대한민국에서 4선 국회의원까지 당선시켜주신, 크게는 대한민국 국민과 작게는 구로구민에 대해 정말 잘못한 것"이라고 부각했다.

김 의원은 또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학생들이 어떻게 운동을 했고, 민주화 세력이 어떻게 하셨는지 대한민국 정치·사회에 대한 현대사를 조금만 보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훈수했다.

여당의 공세는 인사청문 공식 질의가 끝나고도 이어졌다.

5선 안민석 의원도 "저도 1980년대 대학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33년 전 후보자 학생시절 사상 검증을 북에서 오신 의원께서 하는 상황을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했다"며 "우리가 80년대를 어떻게 살았느냐"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4선 의원이 되고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했다"며 '그의 사상을 의심하는 건 당 정체성을 의심하는 것이냐'는 취지로 지적했다.

안 의원은 태 의원을 향해 "80년대 우리 상황을 몰라 이해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30년 전 사상을 검증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제가 '궁금했던 걸 물어보겠다'고 후보자께 얘길 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 와서 이러는 건 '이런 건 물어보고, 저런 건 물어보지 말라'는 압박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그러면서 이재정 의원이 '헌법 내 표현의 자유 영역을 명확히 알고 있는 전문가'라고 자칭하며 힐난했던 것을 언급하며 "'나는 헌법을 잘 아는데, 네가 얼마나 안다고' 식으로…"라며 "여기 모든 의원은 개개인이 헌법 주체다. 물어보고 싶은 건 당연히 물어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을 향해 '그건 되고, 이건 안 된다'고 선을 그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 의원을 압박하는 게 오히려 민주주의 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청문회장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사상·정책 검증은 필요한데, 사상 전향이라고 말한 건 이미 이 사람(후보자)이 주체사상이나 뭔가 다른 사상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그걸 전향하도록 요구한 건 논리에 모순이 발생하고 적절치 않다"고 말하며 중재에 나섰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