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천도→개헌?… 與 '큰그림' 경계하는 野
부동산→천도→개헌?… 與 '큰그림' 경계하는 野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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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행정수도 완성은 국회 결단… 위헌 판결 문제 아냐"
김종인 "이게 정상적 정책이냐"… 주호영 "현안에 집중하라"
안철수 "악마는 디테일? 진짜 악마 '타이밍'에 있다" 맹비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과열을 고리로 여권에서 꺼내든 천도(遷都) 주장이 '헌법 개헌'으로까지 옮겨갔다. '수도 이전론'을 미끼로 던진 '개헌론'을 야권이 물지 주목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정책조정 회의에서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국회 결단이고, 여야 합의"라며 "관련 법을 제정·개정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면 관습 헌법을 앞세운 2004년 위헌 판결은 문제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국회·정부부처의 세종특별자치시 이전은 김 원내대표의 7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거졌다.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위정 조직을 모두 옮겨야 현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당시 김 원내대표 설명이다. 집값 억제 방안을 제안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숙원 과제까지 깜짝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다. 야권은 이를 두고 '부동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주패)'라고 비난을 쏟았다.

김 원내대표의 말과 달리 2004년 헌법재판소는 이미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 헌법이며, 수도 이전은 개정 사안인데 국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헌재 판단이었다. 헌재의 '관습 헌법' 이론으로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해온 신행정수도 건설 사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관습 헌법 판결은 영구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며 "시대가 변하고 국민적 합의가 달라지면 바뀔 수 있다"고 설득에 나섰다. 결국 개헌은 불가피하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 새 행정수도법에 대해 헌법 소원이 제기되면 다시 헌재 판결을 받으면 된다"며 "2004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은 달라졌고, 시대 변화에 따라 헌재 판결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부각했다. 이어 '국면 전환용 도읍 이전'이란 지적에 대해선 "행정수도 완성 후 결과적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으나, 행정수도 추진으로 부동산 문제를 단기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제안한 게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여권도 김 원내대표 발언 하루만에 저마다 의견을 피력하며 동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대공황 극복 정책)은 수도권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 발전축을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알렸고, 박병석 국회의장은 "세종 국회 성사되면 국가 균형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거물도 찬성 의견을 전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은 견제에 나섰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권의 도읍 이전 추진에 대해 "과연 이게 정상적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며 "부동산 투기 대책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국민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수도라는 건 국제 사회에서의 상징성도 있다"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의 안보적 심리까지 정부가 과연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어 위헌 결정을 우회하기 위한 여권의 특별법 추진에 대해선 "마치 헌재가 우리 사람으로 다 채워져 있으니 당연히 우리가 법안을 내면 그건 합헌이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세종시를 만들어서 운영된 지가 얼마냐. 인구 유입은 어떤가 생각해보라"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도 수도권 인구 과밀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효력을 내지 못한 게 오늘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살펴보면 '행정수도 완성론'이 나온 후 세종시 집값은 또다시 급등하고 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정부·여당이 여러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와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수도권 집값, 수돗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관련 등 문제 해결에 집중하라"고 대립각을 유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일주일 만에 전세 값이 1억원 오르더니, 한 달 만에 또 1억원이 올라 할 수 없이 이삿짐을 싸고 있단 어느 분의 말씀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도대체 무슨 신이기에 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행정수도 완성이 물론 필요하지만, 왜 하필 지금이냐"며 "흔히 '악마는 디테일(세부 부분)에 있다'고 하지만, 진짜 악마는 타이밍(때)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슈(사안)로 덮으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며 "부동산 정책도 스물두 번이나 내리 헛스윙(허공질)한 문재인 정부가 장기 국가균형발전을 제대로 해낼 거라고 믿을 국민은 이제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꺼진 듯했던 '행정수도 이전'의 불씨가 16년만에 다시 타오르고 있다. 당청이 마치 약속한 듯 행정수도 이전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핵심 의제로 일제히 띄우기 시작하면서다. (그래픽=연합뉴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꺼진 듯했던 '행정수도 이전'의 불씨가 16년만에 다시 타오르고 있다. 당청이 마치 약속한 듯 행정수도 이전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핵심 의제로 일제히 띄우기 시작하면서다. (그래픽=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