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정문 광화문 앞 조선시대 ‘의정부지’, 사적 지정 예고
경복궁 정문 광화문 앞 조선시대 ‘의정부지’, 사적 지정 예고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7.20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창 거열산성 사적 지정 예고…삼국시대 산성 중 최대
옛 총독부 건물(1952년 당시 경기도청)에서 내려다본 의정부 터. (사진=서울시)
옛 총독부 건물(1952년 당시 경기도청)에서 내려다본 의정부 터. (사진=서울시)

조선시대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의정부’의 터인 의정부지(議政府址)가 국가지정 문화재가 된다.

서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왼쪽)에 위치한 의정부지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에 이르는 옛 육조거리에 있던 관청으로 조선시대 주요 관청 가운데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중요 사적 중 하나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요 사적인 의정부지가 20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된다.

의정부는 1400년(정종 2년)부터 1907년까지 삼의정(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이 국왕인 임금을 보좌해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로 임진왜란 당시 화재로 훼손됐다가 흥선대원군이 집권하면서 1865년 경복궁과 함께 중건됐다.

이후 1910년 일제에 의해 한일합방이 이뤄지면서 산업화 및 도시화의 명목으로 역사적 경관 대부분이 훼손됐다.

의정부지는 현대(1990년대까지)에 이르러서도 여러 행정 기관이 들어선 바 있고 1997년부터는 서울시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으로 사용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부분 발굴조사로 옛 의정부 건물의 자취 및 유물 등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가 2015년부터 학술연구를 시작해 의정부 주요 건물 3채의 위치·규모를 확인했다.

영의정을 포함한 삼정승이 정사를 봤던 ‘정본당’ 양 옆에 ‘협선당’(종1품·정2품 근무지)과 재상들의 거처인 ‘석획당’의 배치도를 확인한 데 이어 후원에 연못과 정자의 흔적도 발굴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고종이 직접 쓴(1865년) 정본당 현판이 가로 2m, 세로 1m에 이르는 것으로 볼 때 의정부 건물의 규모가 궁궐 전각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과정에서 의정부 건물 조각으로 보이는 기와 및 청자를 비롯한 분청사기, 청화백자 조각 등의 조선시대 유물 760점도 출토돼 조선시대 역사연구에 중요 자료가 될 전망이다.

시는 지난해 2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에 의정부지를 국가 사적으로 지정해 줄것을 요청했고 이달 8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에서 이 안을 의결했다.

서울시 문화본부 관계자는 “의정부지 사적 지정은 서울시에서 추진해 온 고도 서울 역사문화 경관 회복의 주요 성과이자 첫 단계다.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도심 속 역사문화유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의정부지를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경남 거창군에 있는 거창 거열산성(居列山城)도 사적으로 함께 지정 예고했다. 거창 거열산성은 삼국 시대 신라·백제가 영토 확장을 위해 각축전을 벌인 곳으로 현재 문헌상 실체가 확인된 곳으로는 거창군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산성 중 가장 큰 규모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