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균형’의 묘
[e-런저런] ‘균형’의 묘
  • 신아일보
  • 승인 2020.07.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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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밤 방송된 KBS 시사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실종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해당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지난 9일 오후 6시경 박 시장의 실종이 처음 알려진 순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경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8시간 동안 2300여건에 달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언론들이 '속보'라는 타이틀 아래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사망 및 유서 발견 관련 '오보'를 서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또 고인의 과거 발언을 맥락 없이 들춰낸 '어뷰징' 기사와 '자살 보도 준칙'을 무시한 보도 행태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언론에게 '신속성'은 트래픽 문제를 떠나서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단지 빠른 보도를 위해 기사의 '정확성'을 제쳐둔다는 것은 매체에 앞서 기자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날 방송에서 한 패널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애도냐, 진상규명이냐, 고인 추모냐, 고소인 보호냐... 이를 양립 불가능한 문제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양립 가능하고, 양립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사의 '신속성'과 '정확성' 역시 양립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한 쪽을 지키기 위해 다른 쪽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결국 기자는 두 가지 과제가 양립 가능하다는, 그리고 양립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질 때 비로소 '균형' 잡힌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