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민주당의 두 얼굴… 지도부 행태에 여론 공분 확산
[이슈분석] 민주당의 두 얼굴… 지도부 행태에 여론 공분 확산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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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당이 커져서 책임 통감"… 당내 '성폭력 대응 원칙' 뒷전
금태섭은 당론 어겨 징계 받았는데… 지도부, '무공천' 당헌 무시
통합당, 문 대통령에 "사과·조처할 계획 없나"… 대여공세 수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고(故)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과 관련해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고(故)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과 관련해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두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수세에 몰리자 당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우리 당이 여러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며 "당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책임을 통감하면서 흔들림 없이 당을 잘 운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여성 권리 확장) 정당'을 자부하던 민주당은 잊을만 하면 터지는 당내 인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 안팎에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정봉주 전 의원, 21대 국회의원 선거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 김남국 의원이 구설수에 올랐다. 또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에 이어 최근엔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대한민국 핵심 지역 광역단체장이 성추문 논란에 오르면서 지지 기반이 요동치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전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의 언행을 두고 여론은 더욱 공분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전날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절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간 당이 성추문 관련 고소인을 '피해자'라고 통칭하던 것과 달리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한 시민단체로부터 피해자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또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당연하지만, 고인 부재로 당으로선 현실적으로 진상 조사가 어렵다"며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특별시청에서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물론 정의당도 특별검사(특검)·특별수사본부·국정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사전 차단한 것이다.

이 대표가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하고, 귀감을 세울 특단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도록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설득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단 대책을 세우기 전 이번 사건 진상 규명부터 적극 나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날 부천경찰서 성 고문 사건 당사자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권력을 가진 고위층이 주변에 일하는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이 위력인데, 이걸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감을 잘 못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 역시 "국민이 원하는 대로 담담하게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며 "한계는 있겠지만, 피해자가 원한다면 철저한 경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또 "지금 시점에서 박 시장을 보낸 슬픔과 분노 때문에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정치인에게 비난 댓글을 다는 것은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우리 당을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일인 16일 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일인 16일 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기사회생했지만, 김경수 경상남도지사의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으로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태다. 김 지사가 당선무효형을 받을 경우 민주당은 차기 대통령 선거 정국을 앞두고 대한민국 수도와 영남에서 여론을 주도할 핵심 요직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에선 당헌 96조 2항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할 경우 해당 지역 재·보궐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라는 기본 방침을 어겨서라도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해야 한다는 기류가 일고 있다. 민주당이 내세운 피해자 보호주의와 불관용, 근본적 해결이라는 '권력형 성폭력 대응 3대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는 셈이다. 심지어 금태섭 전 의원이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했던 것을 고려하면 거대 집권당 지도부가 당헌을 지키지 않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은 이를 고리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질의까지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식 연설 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 오 전 시장, 안 전 지사 등 자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따른 성범죄 사건에 대해 왜 언급이 없는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처할 계획은 없는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던 대통령의 침묵과 민주당의 제 편 감싸기에 여성과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 달라"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박 전 시장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여당에선) 당헌을 바꾸자는 얘기마저 공공연히 나온다"며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 스스로 말씀에 책임을 지고 여당에 무공천을 요구할 계획은 없는지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에는 이 대표의 사과를 두고 "들끓는 여론에 못견뎌 영혼 없이 반성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