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의 한계만 확인한 '집값 안정 정책'
[기자수첩] 규제의 한계만 확인한 '집값 안정 정책'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7.16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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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기자는 하루에 3시간가량을 길 위에서 보낸다. 하루 4시간 가까이 출퇴근에 쏟아붓는 동료 기자도 있다. 서울에 직장을 둔 많은 청춘이 서울 밖에 둥지를 틀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정부는 전철과 버스 등 광역교통 수단으로 수도권과 서울의 거리를 좁혀보려 하지만 물리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 살면 이런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기자도 서울에서 편하게 출퇴근하고 싶지만, 생활하기도 빡빡한 급여로 서울에서 주거비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

과거 몇 년 서울에서 월세살이를 해보기도 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됐고, 마치 서울 밖으로 튕겨 나가듯 인천에 둥지를 틀 게 됐다.

지난 5년여간 부동산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독자들에게 전달했지만, 여전히 서울살이가 가능한 방법은 잘 모르겠다. 많은 분양 단지들을 취재하면서 '직주근접'이 어떻고, '교통 여건'이 어떻다며 기사도 많이 썼는데, 그런 좋은 입지의 아파트 대부분이 많은 평범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주거 안정'을 부동산 정책의 간판으로 내걸었다. 취임식에서 집값을 잡겠다며 멋지게 브리핑한 김현미 장관도 여전히 건재하다.

약 2개월에 한 번꼴로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냈고, 그 중 상당수는 투기적 수요를 잡기 위한 규제였다. 과열 지역을 규제로 묶고, 다주택자 세 부담을 높이고, 대출을 어렵게 하는 등 온갖 규제가 쏟아져 나온 상태다.

정부가 뭘 원하는지는 분명히 알 것 같다. 그렇다면 효과는 어땠을까? 쉼 없이 나오고 또 나온 대책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한다. 

규제를 이리저리 피해 오르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지금도 덕지덕지 대책 덧붙이기를 하고 있다. 마치 방수 작업을 해도 해도 새는 지붕에 방수액 칠하고 또 칠하는 모습 같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출범 3년이 된 상황에서도 서울 집값을 안정화 시키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그렸던 것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부동산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살아 움직이는 시장을 억지로 묶어 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처음 그렸던 틀에 갖히지 말고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공부해야 한다.

끝까지 잡으면 언젠가는 잡힐 거라는 단순 논리로 해결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도 알고 시장도 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