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오픈 여전히 '깜깜'… 준비 안 된 與와 안 하는 野
공수처 오픈 여전히 '깜깜'… 준비 안 된 與와 안 하는 野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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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장 추천위원 인선 못한 민주당 "공수처 출범 연기는 민의 배신"
통합당 "與, 급하게 먹다 체해"… 헌재 위헌심판 나올 때까지 비토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사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 공수처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사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 공수처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법정시한이 넘어갔지만, 여야 정쟁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도 깜깜한 실정이다. 이달 안 출범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인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법 시행일이지만 아직까지 공수처장 추천위도 구성조차 안 되고 있다"며 "공직자의 위법·탈법을 조사하는 기관의 출범을 공직자인 야당 국회의원이 막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박주민 최고위원도 야당을 향해 "국민의 전폭적 지지로 만들어진 공수처의 출범을 연기하는 것은 민의를 배신하는 일이며 국회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를 촉구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추천위 위원은 모두 7명이다.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인사 2명 등이다. 공수처장은 15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 가운데 추천위 6명 이상이 찬성한 후보자 2명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한다. 추천위가 없으면 대통령의 공수처장 지명은 물론 인사청문회 등 인사 절차도 불가능하다. 이에 앞서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군에 오르지도 못한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주문과 달리 현재 여당 내부에서도 공수처 출범 준비를 마치지 못한 실정이다.

민주당은 앞서 추천위원 중 한 명에 장성근 변호사를 지정했지만, 장 변호사가 '텔레그램 n번방' 운영진 조주빈 씨의 공범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자 자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인사가 적합하지 않은 경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 안팎에서도 '부실검증' 비판이 나왔다. 여당은 야당 비협조를 공수처 출범 제동 주 원인으로 부각하고 있지만, 자체 준비 작업도 미비한 실정인 셈이다.

백혜련 민주당 공수처장 추천위원장은 "사건 수임은 당사자가 공개하지 않는 한 인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초대 공수처장 추천위라는 상징성과 무게를 감안할 때 더욱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여당이 추천위원 두 명의 인선을 마쳐도 야당의 비토권 행사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미래통합당이 청구한 공수처법 헌법소원 사건을 심판에 회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통합당은 헌재 위헌심판청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수처 설치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통합당 일동의 경우 입장문을 통해 "신(新) 정권보위부 설치법을 강행 처리한 여당이 이제는 설치도 강행하겠다고 제1야당에 통보해 그 무도함에 분노가 치민다"며 "곳곳에 위헌적 요소가 돌출해있는데도 여당은 손질할 생각이 없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또 주호영 원내대표는 장 변호사의 사임을 거론하며 민주당을 향해 "급하게 먹다가 체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과연 공수처를 출범하는 게 맞는지 깊이 성찰하고 태도를 바꾸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