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박원순 성추행 의혹 "통렬한 사과"… 재보선 공천 포석
이해찬, 박원순 성추행 의혹 "통렬한 사과"… 재보선 공천 포석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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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책임 통감" 공식 사과… 함구하던 지도부도 입 열어
최악의 경우 경기·경남지사 재보선… '무공천 원칙' 발목잡아
김부겸 "당헌 엄중함 지켜야… 성황 변경 불가피 비판 감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서울·부산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헌 위반이지만, 수도와 제1도시 사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강훈식 수석대변인을 통해 간접 사과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처음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성 관련 비위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성인지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에 이어 올해 초 21대 국회의원 선거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지난 9일 박 전 시장까지 잊을 만하면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골머리를 앓았다.

당초 오 전 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자진 사퇴했을 때까지만 해도 당 안에선 당헌에 명시한 '무공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할 경우 해당 지역 재·보궐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들었다. 오 전 시장 사건 당시엔 부산 지역 선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당헌을 지키는 게 맞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재명 경지도지사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16일로 하루 앞두고 있고, 김경수 경상남도지사의 경우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으로 항소심 중에 있다. 이 지사와 김 지사가 당선무효형을 받을 경우 국민 절반 이상이 재보선에서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당이 정한 기본 방침을 어겨서라도 공백인 핵심 지역에 공직후보자추천(공천)을 해야 한다는 기류가 세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번 사과도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자를 내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박 전 시장에 대한 비서 성추행 의혹을 두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당 차원 대응'을 묻는 취재진 질문을 힐난하며 욕설을 내뱉었고, 여성 의원 일동은 입장문을 낼 당시 해당 직원을 '피해자'라고 하는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고 호칭을 고집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자부하던 것과는 결을 달리한 것이다. 김해영 최고위원과 박용진 의원 등은 이를 두고 당에 쓴소리를 가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당권 경쟁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부산시장 선거 하나 정도 있을 때는 분명히 지역 당원 목소리를 우선하되, 당헌의 엄중함이 여전히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서울과 부산에 후보를 내는 방향으로) 상황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에 충분히 설명하고 여러 비판 받을 부분은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입을 열자 당내 여성계를 대표하는 남인순 최고위원도 "반복되는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 발언을 내놨다. 당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전담반) 단장을 맡고 있는 남 최고위원은 박 전 시장 사망 후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해왔다.

한편 민주당 내 차기 서울시장 도전자로는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수도권과 영남 핵심 지역 탈환을 위해 이번 사건을 고리로 대여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특별검사와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사건을 서울경찰청에서 검찰로 송치하고,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당내 전략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내년 재보선 후보에 대해 "참신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목표)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한 국민 인식과 부동산 (투기 과열) 문제에 대해 안 좋은 민심 등을 제대로 파악해 정확한 대책을 강구하면 재보선에 낙관적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아직 염두에 둔 후보는 없지만, 재보선을 시작으로 국면 전환에 나서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