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혀있는 실타래를 당기면 실은 더욱 단단히 꼬이게 된다. 이를 풀기 위해선 꼬여있는 부분이 어딘지를 일일이 살펴보고, 꼬인 부분을 중심으로 차근히 풀어나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진심이 닿지 않은 걸까. 검찰의 열정이 넘쳐나고 있는 걸까.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시간이 흐를수록 재차 꼬이는 모양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을 두고 다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사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고의적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관련법에 따른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1년7개월간 지속된 국정농단 수사와도 맞닿아 있는 만큼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다만, 재판부는 최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잇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 등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 부회장 측의 요청에 따라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도 이후 이 부회장 기소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검찰에 권고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 등에 대해 심의하는 조직인 만큼 효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 의결을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하는 건 아니지만, 검찰은 그간 여덟 건의 수사심의위 결정을 거스른 전례가 없다. 수사팀이 이 부회장을 다시 기소하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가 되고, ‘검찰은 자체적으로 만든 제도를 스스로 무시했다’는 불명예를 얻을 수 있다.
법조계도 수사심의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법조계는 “일부 시민단체가 검찰 내부 갈등과 별개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지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수사팀이 시민단체의 무리한 수사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법의 안전성 침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재판부와 대검찰청에 설치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따라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검찰의 기소 의지가 여러모로 상황을 단단히 꼬는 셈이 돼버렸다.
이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열고 “경영권 승계는 결코 법을 어기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란 말도 나오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공은 여전히 검찰이 쥐고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에 대해 시한부 ‘기소보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검찰의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코로나19 정국에 갇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업의 잘못을 마냥 덮어선 안 되지만, 기업이 경영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제약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