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순위 바뀜"…상조업계 "객관적 기준 만들어 달라"
"황당한 순위 바뀜"…상조업계 "객관적 기준 만들어 달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7.1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산·실적 상위 회사, 공정위 회계 지표선 '저평가'
소비자·업체 모두 이해 가능한 판단 체계 마련 필요
  

상조회사 건전성과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조업계와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공정위가 소비자 이해를 돕는다며 내놓은 회계 지표에서 자산·실적 상위 회사들이 뒷순위로 밀려나자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객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업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만드는 데 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기 위해 4개 회계 지표별 상위 상조업체 10곳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상조업체의 장·단기 환급 능력과 영업 안전성, 영업 성과를 반영해 기존 지표를 개선하고, 신규 지표를 추가하는 과정을 거쳐 △청산 가정 반환율 △현금성 자산 비율 △해약 환급금 준비율 △영업 현금 흐름 비율 등 회계 지표를 제시했다.

이는 상조업계 회계 방식이 다른 업종과 달라 발생하는 소비자 혼란을 줄이려는 조치다. 상조업체와 비슷하게 고객들에게 매월 납입금을 받는 보험사는 예치금을 '자산'으로 산출하지만, 상조업체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납입금을 선수금 항목으로 분류해 '부채'로 산출한다. 이 때문에 상조업체는 영업실적이 높을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회계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상조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발표한 회계 지표가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증대시킨다고 지적한다. 영업실적이 좋고 자산 규모가 큰 회사들이 공정위 지표에서는 후순위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말 감사보고서상 선수금 규모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프리드라이프 △대명아임레디 △더케이예다함상조 △보람상조개발 △교원라이프 △재향군인회상조회 △보람상조라이프 △부모사랑 △보람상조피플 △더리본 중 대명아임레디와 재향군인회상조회, 부모사랑은 공정위 발표 회계 지표 4개 중 어디에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반면, 선수금 규모 업계 10위 회사의 76분의 1에 불과한 한 상조회사는 유일하게 공정위 발표 회계 지표 3개 항목에서 10위권에 들었다. 이 회사의 지난 3월 말 기준 선수금은 25억원이다.

A 상조회사 관계자는 "고객 중에는 자신이 가입한 업체를 공정위 발표(지표 상위 10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어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선수금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도 있어, 업계에서는 오히려 신뢰도를 하락시킨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B 상조업체 관계자도 "이번에 '청산 가정 반환율'로 이름을 바꾼 지금 여력 비율은 고객 수가 적을수록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양호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객 수가 많은 대형 상조업체는 해당 회계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왼쪽) 공정위가 발표한 청산 가정 반환율 지표 상위업체와 지난 3월말 기준 상조업체 선수금 상위업체. (자료=공정위)
공정위가 발표한 청산 가정 반환율 지표 상위업체(왼쪽)와 지난 3월말 기준 상조업체 선수금 상위업체(단위:원). (자료=공정위)

실제, 공정위가 발표한 각 회계 지표별 상위업체 10곳 중에는 자산순위 상위업체에 들어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올리지 못한 기업도 있다. 또 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선수금 규모가 대형 상조업체에 비교해 10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회계 방식으로 산출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조업계 회계 방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지표를 만드는 노력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태경 회계법인 조은 회계사는 "상조업계 회계 방식은 실제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공정위 차원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조업체도 업력과 보유 고객 등에 따라 토로하는 회계 문제가 다양하다"며 "상조업계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위와 상조업계 등이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결성해 일관성 있는 지표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논란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가 이해도를 높이면서 업계가 인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기 위해 개선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회계 지표는 좋은 상조업체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닌, 소비자들이 상조업체를 선택할 때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고, 업계도 납득할 수 있는 지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