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 빈소,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각각 보낸 조화가 문제가 된 것인데, '성폭력 가해자'에게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다는 것을 논란삼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6일 안 전 지사의 모친 빈소의 문 대통령의 조화를 놓고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의 빈소에 보낸 조화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성추행으로 피소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 시장에게 조화를 보낸 것 역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자칫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를 감쌌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부모상에, 그리고 오랜 친구에게 조의를 표한 것을 문제 삼는 게 한국 정서상 맞느냐는 것이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죄가 미워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시장 조문 후 취재진이 박 시장의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자 "예의가 아니다. 최소한의 가릴 게 있다"며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여당 저격수’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정치적 동지였던 사람에게 문 대통령이 최소한의 슬픔은 나누는 게 인간적 도리"라며 "철천지원수 간에도 상을 당하면 조의를 표하는데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조화를 보냈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축으로 지난 10일 별세한 국군 창군 원로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 보낸 문 대통령 명의의 조화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 장군은 6·25전쟁 초기 국군 1사단장으로 다부동 전투 승리를 이끌며 북한의 남침에서 조국을 구한 '전쟁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친일 논란'에 휩싸여있다.
백 장군의 빈소에 보내진 대통령 조화로 알 수 있듯 대통령의 조화는 의례적인 행위이자 고인에 대한 애도, 예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