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잡한 상조업 회계…명확한 기준 있어야
[기자수첩] 복잡한 상조업 회계…명확한 기준 있어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7.12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순간이 한 번씩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가족의 죽음일 것이다.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빈자리에 황망한 마음을 수습하고, 조문객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상조업체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은 미래를 걱정하며 상조업체가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상조에 가입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것은 업체의 인지도와 재정 안정성 등이다. 혹시나 해당 업체가 문을 닫게 되더라도 그동안 차곡차곡 넣어뒀던 납입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조업체의 재무제표를 살펴볼 때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상조업체는 일반 기업과 다른 회계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조업체와 비슷하게 고객들에게 매월 납입금을 받는 보험사는 '예치금'을 자산으로 산출하는 반면, 상조업체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납입금을 '선수금' 항목으로 분류해 부채로 산출한다.

전후 상황을 잘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 부채가 많은 기업을 부실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상조업체는 '선수금 몇 위, 얼마 돌파'라는 광고 문구로 선수금 규모를 통해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안정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알리기도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처럼 복잡한 상조업체 회계 방식을 소비자가 보다 더 쉽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신규 회계 지표를 도입해 상위업체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상조업체 특수성을 고려해 4개 회계 지표를 마련하고 지표별로 상위업체 10곳을 선정해 공개했다.

그런데도 상조업계는 공정위의 회계 방식이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발표한 4개 회계 지표의 상위업체 중 다수의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자본을 확보한 상위 기업이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상조회사 관계자는 "선수금이 부채로 계산돼 고객이 많아질수록 부채가 늘어나 소비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조업체에 적용되는 특수한 회계 방식을 고려하고, 기존 회계 지표를 보완해 업계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살면서 한 번씩 맞닥뜨리는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상조업체를 찾게 된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참고한 공정위 자료에는 익숙하게 들었던 상조업체보다 처음 보게 되는 상조업체들이 상위업체를 차지하고 있어 소비자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상조업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eykang@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