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박원순 피소' 두고 의견 분분… 오늘은 애도만
범여권, '박원순 피소' 두고 의견 분분… 오늘은 애도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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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이 자리서 예의 아니다" 격노
우희종 "자신 행위 책임져야"… 류호정, 고소인 위해 조문 안 해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범여권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박 시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 차원의 대응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라며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인가,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격노했다.

박 시장은 앞서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해 "197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 온 오랜 친구"라며 "친구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전날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은 박 시장 의혹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 전 의원은 빈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유족들도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마음이 슬퍼서 얘기를 들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모레 다시 방문하겠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박 시장 의혹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면서도 "이런 것을 떠나 고위공직자와 광역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 누구라도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성적인 관련 문제라든지, 또는 최근에 부동산 문제까지도 불거진 것처럼 개인 처신의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하는 것을 유념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관계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범여권 비례대표 선출용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학교 교수는 "주체적 결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누구나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또 "누구도 내 몫을 대신 질 수 없다"며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못한 것은 못 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시청 직원을 위해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단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으며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확인한다"면서도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류 의원이 언급한 '당신'은 전직 비서를 가리킨다.

류 의원은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을 개정해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위계와 위력,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원석 정책위원회 의장은 "과가 있다 한들, 오점이 있다 한들 살아서 해결했어야 한다"며 "당신을 바라봤던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또 다시 비통하고도 잔인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지난 9일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한 박 시장은 오전 10시 44분쯤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 관사를 나와 10시53분쯤 명륜동 와룡공원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오후 5시 17분 박 시장의 딸이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112에 실종신고를 했고 수색작업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자정 쯤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