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기업 순자금 조달 28조2000억…금융위기 이후 최대
1분기 기업 순자금 조달 28조2000억…금융위기 이후 최대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7.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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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따른 수익성 악화 영향 작년동기比 2배↑
소비 위축·주택 구입 감소로 가계 여윳돈은 '증가'
경제부문별 자금운용·조달 차액 규모. (자료=한은)
경제부문별 자금운용·조달 차액 규모. (자료=한은)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자금 조달 규모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비금융 법인 순자금 조달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2배로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 부문에서는 소비 위축과 주택 구입 감소에 따라 운용 가능 자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비금융 법인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2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보다 약 2배 늘어난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았던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비금융 법인 순자금 조달 증가에는 기업의 수익성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추산한 올해 1분기 외부감사기업 영업이익률은 4.1%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p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코로나19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운영자금 확보 노력이 이어지면서 순자금 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자금순환표는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실물거래를 한 결과 자금이 얼마만큼 부족하거나 남았는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고 남는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금융거래를 했는지를 정리한 통계다. 

자금 운용이 조달보다 많으면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자금 조달이 운용보다 많으면 다른 부문에서 자금을 공급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상 가계는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은 다른 부문에서 자금을 공급받는 주체가 된다. 

기업 부문 순자금 조달 규모가 증가한 것과 반대로 가계에서는 순자금 운용 규모가 확대됐다. 1분기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 순자금 운용 규모는 66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7조8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가계 여유자금이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주택구입 감소 등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민간 최종소비지출은 지난해 1분기 230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21조6000억원으로 8조4000억원 줄었다. 주택 준공 실적도 작년 14만호에서 올해 10만3000호로 3만7000호 감소했다.

가계부채 안정성 지표인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작년 4분기 2.12배에서 올해 1분기 2.10으로 소폭 하락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운용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금융기관 예치금으로 몰리며 사상 최대치인 8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금 조달도 전년 동기 7조8000억원보다 늘어난 15조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정부 순자금 조달 규모는 코로나19 발 경기침체 대응 등 영향으로 사상 최대치인 2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3000억원보다 급증한 수치다. 정부의 자금 운용은 예치금과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에 대한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전년 동기보다 확대된 4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금 조달 규모도 국채발행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보다 급증한 7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외 부문 순자금 조달은 12조2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13조1000억원보다 축소됐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