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 사회공헌' 진정성을 보자
[기자수첩] '기업 사회공헌' 진정성을 보자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7.09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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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기업시민'이라는 개념이 확산된 건 지난 2018년 이후다. 당시 포스코는 이 단어를 앞으로 50년을 이끌어 갈 경영이념으로 삼고, 단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상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졌다. 

국내 금융사 대부분도 CSR을 이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부터는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비대면으로 전개하는 나눔과 실천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환경의 날에 맞춰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를 하는 '줍깅' 활동을 진행했다. 경남은행도 호국보훈의 달과 환경의 날을 기념해 '현충 시설 환경정화활동'을 벌였다. 

얼마전 우리은행도 직원들의 자발적으로 정장기부 캠페인을 진행해 취업준비생들을 응원했다. 지난달 복장자율화를 신호탄으로 한 직원이 게시판에서 정장기부를 하자고 했는데, 실제 사회공헌부서에서 이를 초스피드 현실화해 물품을 모아 기증했다.

하나은행도 직원들이 손수 만든 '행복상자'를 취약계층 아동센터에 전달했다. 상자 안에 담은 것들이 진국이다. 직원들은 줄넘기 손잡이를 만들었는데, 환경보호 차원에서 재활용 공병을 활용했다. 또 비타민과 홍삼음료, 손 세정제 등을 추가하고, 응원 편지도 작성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기부 이벤트를 벌였으며, 시각장애인용 온라인 전자도서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 은행은 매년 이틀간 사회공헌 휴가제도 도입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와 공익지향을 기초로 하는 봉사활동의 대면과 비대면 경계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그 보람을 알고, 후속 참여도 이어간다.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 여건이 변하면서 사회공헌을 대하는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업들이 보여주는 여러 나눔 실천의 과정에서 비즈니스 관행 이상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량화된 평가가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기업의 사회 참여를 액수로만 평가하지 말자는 얘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이후 활동들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다른 형태로 재편한 상태"라며 "최근에는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지 직원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돕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데, 이제 이런 활동을 수치로 줄 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포춘 250대 기업의 90%가 매년 CSR 보고서를 낸다고 한다. 기업이 영위한 CSR 활동의 수익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CSR의 시작은 영국의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빈곤과 근로 조건, 아동 노동과 같은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산업 복지 운동을 벌인 시기다.  

인식을 잘 갖춘 기업시민이 늘면 우리 사회도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행위 주체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도 진정성 있는 상생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