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폭로 나온 체육계 비위… 정치권, 진상조사·TF 가동
추가 폭로 나온 체육계 비위… 정치권, 진상조사·TF 가동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06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년 "체육계 미개한 폭력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민주당, 선수보호법 허점 보완… 작동 여부 점검도 예고
통합당, 현직 선수들과 추가 폭로… 문체위, 진상조사 나서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대구지검은 경찰이 조사해서 넘긴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양선순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최 선수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등지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사진=연합뉴스)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대구지검은 경찰이 조사해서 넘긴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양선순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최 선수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등지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사진=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여당은 체육계 전수조사를 주문하는 반면 야당은 태스크포스(TF·전담반) 구성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

먼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숙현 사태를 계기로 스포츠계 폭력과 비리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정부와 체육계가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체육계에서 벌어지는 미개한 폭력과 인권유린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는 물론 방관한 체육계와 협회 관계자의 엄중 처벌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월부터 시행하는 운동선수보호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선수보호법의 허점과 한계가 보완되도록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선수인권 보호와 가해자 처벌 강화를 추진해 제2의 최숙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은 같은 날 최 선수와 경주시청에서 함께 뛰었던 현역 선수 두 명과 기자회견을 실시하고, 고인이 당했던 폭행과 두 선수가 겪은 폭행을 추가로 밝혔다.

회견장에 선 두 선수는 "오늘 우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고 소회했다.

이들은 또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며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우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두 선수는 이 자리에서 △지난 2016년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단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한 행위 △지난해 3월 복숭아를 먹었다고 감독과 팀 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은 장면 등을 증언했다.

두 선수는 이어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고 자신들도 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은 최근 '고 최 선수 사건 진상규명 및 체육인 인권보호 TF' 간담회를 여는 등 체육계 악습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 의원은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 사건이 2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굉장히 안타깝다"며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은 "이미 체육회에서 컬링·스피드스케이팅팀 등 국가대표 선수 사이에서 문제를 수 차례 얘기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고, 실태조사를 치밀하게 전국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희용 의원의 경우 "대한체육회에서 (최 선수) 신고를 접수하고 40일 동안 제대로 된 자료 확보에 실패했다"며 "녹취록이나 일기장 등 자료가 많이 있는데, 이를 조기에 확보했다면 빨리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 차원에서의 대응도 나온다. 

앞서 박정 의원 등 민주당 소속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는 6일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강력한 후속 조치 마련에 앞장서겠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최 선수 사건 진상파악에 들어갔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