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열쇠‘이심(李心)’,‘박심(朴心)’
한나라 열쇠‘이심(李心)’,‘박심(朴心)’
  • 장덕중기자
  • 승인 2009.05.14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전 대표 대립각, 靑·주류계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
4.29 재보선 패배 후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 화합책으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앞세워 '구애' 작전을 폈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반응은 냉담했다.

당 화합책으로 내놓은 '김무성 카드'는 외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됐고, 결과적으로 친이·친박계의 오랜 상처만 헤집어 놓은 셈이 됐다.

박 전 대표는 지난주 미국 현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친박이 당에 무슨 발목을 잡은 일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 한 마디로 당은 발칵 뒤집혔다.

지도부 책임론에 이어 조기 전당대회론,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까지 불거졌다.

박 전 대표의 위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박 전 대표가 주류계에 대립각을 세운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공천 파동 때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 올초 입법전쟁 때는 "국민을 위한다는 법이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사퇴 종요 파문 때는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열쇠는 '이심(李心)'과 '박심(朴心)'인 셈이다.

박 전 대표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청와대와 주류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이라는게 정설이다.

하지만 어떤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주류계와 손을 맞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는 물론 차기 대권 행보와 연관된 해석이다.

차기를 보장받지 않는 이상 당 주류계와는 함께 할 수 없는 '2인자의 숙명'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주류계와 선을 긋는 박 전 대표로서도 고심이 없을 수는 없다.

미래가 확실히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립각만 세우자니 정치적 부담이 고민이다.

박 전 대표의 딜레마는 과거 3당 합당 시절 김영삼(YS) 당시 민자당 대표가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YS는 소수파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YS는 위기 때마다 승부수를 띄웠고 이 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YS는 1992년 총선 참패 뒤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킹 메이커' 김윤환 의원을 비롯한 민정계 일부까지 끌어안으면서 결국 후계자로 낙점받았다.

여론을 등에 없고 꾸준히 주류를 압박한 끝에 얻어낸 성과물이다.

이는 지금까지 박 전 대표의 행보와도 유사한 대목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계파정치설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민주 정당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항상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는데 계파라는 이름 하에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왜곡"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내 양대 축인 만큼 싫든 좋든 당내 화합의 당사자가 될 수 밖에 없고, 국정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친이계는 물론 소장 개혁파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친이계 심재철 의원은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거론하면서 "당을 이끄는 사람을 선출할 때는 모두가 당원들의 심판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며 "무택대고 2선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 모임 '민본21'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 "서로 책임 전가식으로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국정 쇄신과 당 쇄신, 화합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다시 정돈을 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벗어난 정치인 '박근혜'로서의 대권 가도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