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7~9일 방한할 듯… 北 접촉 시도 주목
최선희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 일축
'이벤트성 북미회담' 거부감 분명히 드러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이번주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그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대화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 주목된다.
5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오는 7~9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화상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만큼 향후 북미회담과 관련한 모종의 대북메시지를 들고 올지 주목됐다.
특히 비건 부장관이 방한 기간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실제 지난해 12월 방한 때 북미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서 회동은 무산됐다.
그러나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파트인 최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북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긴말할 것도 없이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담화를 낸 것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미 전략의 수정을 결정한 후 7개월 여 만이다.
그는 담화에서 미국의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필요성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 미국에서 '10월의 서프라이즈'라는 말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을 모두 비난했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담화를 발표한 것 역시 이벤트성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제1부상은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았다",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 등의 표현을 통해 일시봉합식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가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코앞에 두고 이 같은 담화를 내놓은 만큼 일각에선 미국에 경고와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이른 시일 내 북미, 남북 대화가 재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미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이거나 자극적인 비난을 하지 않아 대미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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