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교육비가 비싸서 아이를 못 낳는가
[기고칼럼] 교육비가 비싸서 아이를 못 낳는가
  • 신아일보
  • 승인 2020.07.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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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두 채의 집이 있다. 하나는 1억원, 다른 하나는 10억원이다. 1억원짜리 집은 교통이 나쁘고 주변 환경도 나쁘다. 집도 허름하다. 반면에 10억원짜리 집은 강남에 있는 새아파트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강남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다.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투자 상품이 1년에 10% 이상의 수익을 준다면 사람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그 상품에 투자할 것이다. 대출 이자보다 높은 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교육비가 비싸서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녀 교육비는 학원에 보내지 않고 대학교는 장학금을 받는 경우 약3000만원, 학원에 많이 보내는 경우 3억원 정도, 미국으로 유학까지 보내는 경우에는 10억원 이상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많은 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은 많은 돈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이익이 기대되면 기꺼이 투자를 한다. 문제는 많은 교육비가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이 적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자녀를 낳아 키워도 부모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3000만원도 비싸고 3억원도 비싸고 10억원도 비싼 것이다. 자녀로부터의 수익이 교육비 보다 많으면 강남의 집값 10억원을 기꺼이 감당하려 하듯이 많은 교육비를 기꺼이 감당하려 할 것이다.

비싼 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 것이라면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출산율은 낮고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출산율은 높아야 한다. 가난한 나라는 출산율이 낮고 부자 나라는 출산율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으며 부자나라 일수록 출산율이 낮다. 사회주의 국가는 교육비가 무료이지만 출산율은 매우 낮다. 서유럽 국가 대부분이 무상 교육을 실시하지만 출산율은 매우 낮다. 카타르의 경우 무상 교육을 하지만 출산율은 주변국보다 낮다. 

이와 같이 교육비가 거의 안 들어도 출산율이 낮다. 반면에 조선시대에는 교육비가 거의 안 들었지만 출산율은 매우 높았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교육비가 적게 드나 출산율은 매우 높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교육비가 적게 소요되나 가난한 나라일수록 출산율은 높다. 이와 같이 교육비는 출산율과 특별한 관계가 없다. 교육비가 적게 소요돼도 출산율이 높은 경우도 있고 낮은 경우도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며 피임과 낙태가 자유롭고 남편이나 시부모가 출산을 강요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이 출산에 대해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이 경우 여성은 다른 사람의 강요나 억압 없이 자신의 이익을 따져 출산을 결정하기 때문에 아이는 상품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투자 대비 이익이 있어야만 아이를 낳게 된다. 

즉, 교육비가 얼마나 많이 소요되는 가가 아니라 교육비 대비 이익이 얼마인가에 의해 출산을 결정하게 된다. 투자 보다 많은 이익이 예상되는 경우 출산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이익이란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비 지원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녀를 낳아 키웠을 때 부모에게 이익이 가도록 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출산율 회복은 결코 없을 것이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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