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택시기사가 배워야 할 ‘말의 무게’
[e-런저런] 택시기사가 배워야 할 ‘말의 무게’
  • 신아일보
  • 승인 2020.07.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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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곱씹어 볼수록 엄청나게 무서운 말이다. 누군가의 생사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있단 말인가. 누군가 한번쯤 뱉어봤을 말일지 몰라도 이 말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게재된 이후 너 나 할 것 없이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3시15분께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차로를 변경하던 사설 구급차가 강동경희대병원을 100m가량 앞두고 택시와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구급차는 폐암 4기 80대 환자가 타고 있었고 호흡이 옅어져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구급차 운전자는 택시기사를 향해 “응급 환자가 있으니 우선 병원에 모셔다 드리자”고 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지금 사고 난 거 사건 처리가 먼전데 어딜 가~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돼”라며 9분간 그 자리에서 환자를 방치하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는 말을 뱉기도 했다. 이후 환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고 분노한 유족들이 블랙박스를 공개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찰이 그 택시기사의 죄목은 업무방해죄밖에 없다고 해 유족들의 분노감을 키운 것이다. 물론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서울지방경찰청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외에 형사법 위반 여부도 수사하기 위해 이 사건을 수사중인 강동경찰서에 기존 교통범죄 수사팀에 더해 강력 1개팀을 지원한 상황이다.

택시기사가 중죄를 받더라도 돌아가신 고인이 살아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택시기사도 지금쯤 본인이 뱉은 말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으니 말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구급차를 종종 마주할 때가 있다. 구급차 안에 100% 응급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혹시모를 응급환자를 위해 재빠르게 길을 터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하물며 환자가 타있는지 확인하겠다며 뒷문까지 열고 목격을 하고도 119가 올 때까지 시간을 지체한 택시기사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 목숨보다 귀한 것이 있을까?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