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불매 1년, 소비자는 달랐다
[기자수첩] 일본 불매 1년, 소비자는 달랐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7.0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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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일본 아베정부의 반도체 부품 등에 대한 기습적인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의 대립은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불특정 다수의 한국 소비자들은 아베정부의 무례함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제품 먹지도, 입지도, 쓰지도 말자’라는 ‘노노재팬(NoNo Japan)’ 운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했다. 

이런 캠페인을 두고 일본의 많은 언론들은 한국인의 냄비 근성 운운하며 “어차피 오래 가지 못할거다”며 비꼬았고, SPA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기업으로 알려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는 “한국의 불매운동은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을 가볍게 본 것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달랐다. 일시적인 반일 감정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우리가 자주 먹고, 입고, 쓰는 일본산 제품들을 속속 집어내 차근차근 대체하기 시작했다. 아사히 맥주 대신 카스·테라 등 국산맥주를 더욱 마시기 시작했고, 유니클로 셔츠와 팬츠를 즐겨 입었던 2030세대는 탑텐·스파오와 같은 토종 SPA 브랜드로 갈아탔다.  

그 결과 아사히를 비롯한 일본맥주의 국내 수입은 1년 전과 비교해 90% 이상 급감하며 편의점·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퇴출되다시피 했고, 한국에서만 수년간 1조원 넘게 매출을 올렸던 유니클로 역시 경영난으로 여러 매장을 문 닫으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는 한국 소비자의 외면에 진출 1년8개월 만에 브랜드 철수를 했고,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닛산’과 카메라 ‘올림푸스’도 최근 한국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비단 일본 브랜드뿐만이 아니었다. 소비자들은 노노재팬 운동을 통해 일본산 식재료나 첨가물, 포장재 등을 쓰는 먹거리 제품에 대해서도 꼼꼼히 평가했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탈 일본’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에 첨가한 일본산 미강추출물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하고, 오리온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제과용 향료의 공급선을 국내 업체로 바꾸는 등 일정부분 성과를 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매한 일본 제품들 중 내 취향에 따라 익숙하거나 또는 선호했던 상품과 브랜드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대체재를 열심히 찾고 없으면 기업에 요청하는 등 ‘소비자답게’ 행동하면서, 아베정부의 무례함에 이성적으로 대응했다. 

일본 불매 1년이 지난 지금, 일본 아베정부와 기업들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복잡할 것 같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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