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아버지에게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던 감독…혐의 부인
故 최숙현 아버지에게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던 감독…혐의 부인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7.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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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에게 사과 문자 메시지 발송
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서는 “때린 적 없다”며 부인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앉아 있다. 경주시체육회는 전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인사위원회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앉아 있다. 경주시체육회는 전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인사위원회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감독이 지난 2월 최 선수의 아버지에게 사과의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감독 A씨는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연합뉴스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5개월 전 감독 A씨는 최 선수 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라며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일을 무마하려던 의도와 달리 최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용서를 빌던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감독 A씨는 “나는 때리지 않았고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는 “감독 A씨는 최 선수를 트라이애슬론에 입문시켰고,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며 “다른 팀으로 간 것도 A씨가 주선한 것이고 2월까지 A씨가 최 선수로부터 받은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에는 고맙다 라거나 죄송하다란 글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 선수의 유족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감독 A씨가 최 선수를 폭행하는 장면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팀 닥터가 무차별 폭행을 자행할 때 감독A씨가 개입하지 않고 방조했다는 사실은 녹취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녹취록에는 팀 닥터의 무자비한 폭행이 이뤄질 때 감독 A씨는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는 데 아프냐”라거나 “죽을래, 푸닥거리 할래” 등을 언급하며 오히려 고인을 겁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 선수의 체중이 늘었음을 지적하던 감독 A씨가 “3일 동안 굶으라”고 무섭게 다그치는 목소리가 녹취 파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A씨는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인 동시에 팀의 핵심 선수가 고인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하고 도리어 최 선수의 얼굴(뺨)을 폭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감독 A씨는 최 선수가 중학생 무렵부터 인연을 맺은 관계로 밝혀져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끊임없는 가혹 행위를 받아 온 최 선수는 급기야 지난 2월부터 법적 절차를 밟았고 감독 A씨는 최 선수의 가족에게 읍소하며 사과했다.

감독 A씨는 최 선수의 아버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염치없고 죄송하다”라며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다만 구체적인 폭행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차 “죄송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퇴를 염두한 발언이다. 

이어 A씨는 “아내와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먹고 살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숙현이 힘들고... 치료되지 않은 부분은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빌며 부탁까지 했다.

최 선수는 올해 경주시청을 떠나 부산시체육회에 입단했지만 전 소속팀 감독의 영향은 건재했다. 선수와 지도자 모두 많지 않은 한국 트라이애슬론에서 경주시청 감독이었던 A씨가 최 선수 및 최 선수 아버지와 약속했던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를 실행하지 않는한 둘의 인연은 끊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감독 A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경주시청에 잔류했고 폭행 및 가혹행위의 피해자인 최숙현 선수는 세상과 작별했다.

감독 A씨는 최 선수를 자식처럼 아꼈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만을 걱정하던 그는 끝내 제자의 아픔과 고통은 외면한 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