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라인 재편 앞두고 '북미대화' 불씨 당긴 문대통령
안보라인 재편 앞두고 '북미대화' 불씨 당긴 문대통령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0.07.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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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전 북미회담 노력' 공식화… 톱다운 해결 의지
비건 방한 北 접촉 주목… 안보라인 교체 시점 맞물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라인을 일괄적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의 대선 전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11월 전 북미정상회담' 추진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최근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작게 점친 것을 고려했을 때 다소 의외로 보이기도 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불을 지핀 것은 북미 정상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톱다운' 해결 여지가 남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선 가도가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을 흔들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시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이 예정돼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한미간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북한과 접촉하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때마다 북한과의 접촉을 타진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때도 공개적으로 북한에 만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내신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상황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굳건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북미 간 대화모멘텀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집중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북한이 대화의 장에 다시 나오게 돼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면 유연하게 그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조만간 공석인 통일부장관을 포함해 국가안보실장·국가정보원장 등을 교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북미대화의 불씨를 당기는 시점과 안보라인 교체 시점이 맞물리는 것이다. 

안보라인 교체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과도 직결된다. 

미국과 북한과 신뢰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안보담당자를 전면에 세워 북한과 미국 모두에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인적쇄신 카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운전대'를 다시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