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섯명이, 이틀동안, 35조원을
[기자수첩] 다섯명이, 이틀동안, 35조원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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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전례 없었던 3차 추가경정예산 적용을 예고한 건 지난 4월 중순이다. 여야 대치로 공전하던 중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단독으로 지난달 29일부터 본격적인 추경 심사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공무원 수천명이 달려들어 구상한 35조3000억원이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을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를 통해 단 하루 만에 마쳤다. 이마저도 미래통합당의 의사일정 보이콧(거부)으로 견제도 없이 순항했고, 심지어 심의 과정에선 3조1000억원이 증액됐다.

올해 예상하는 국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다. 이번 추경으로 나라빚은 840조2000억원이 된다. 통계청이 집계한 대한민국 인구는 5178만579명으로, 국가채무를 갚으려면 아무 이유 없이 1인당 1600만원씩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한민국 재정 현실의 민낯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0~2023년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토대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분석한 결과, 2022년 국가채무비율은 50.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라빚은 935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도 재정건전성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예결위 첫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한정 의원은 정부를 향해 "야당이 안 나와서 대신해서 국민적 우려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국가부채비율 상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동수 의원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빠른 것에 대해 외부에서 많은 지적이 있다"며 "적자에 대한 관리·노력도 특별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부채는 빠르게 쌓이고 있다.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중 국가부채증가율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12월 부임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때가 23.84%로 가장 높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활동한 윤증현 기재부 장관(2009년 2월~2011년 6월) 때도 23.78%를 기록했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투입 전부터 소신 발언을 했던 홍 부총리 역시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내년 이후는 경제가 성장경로를 회복해서 재정의 큰 역할 없이도 자체적으로 성장경로로 가야 한다"며 "지금처럼 재정이 역할을 계속해서 가기에는 부담이 된다. 내년까진 지금처럼 갈 수 있는데, 그 이후까지 가는 것엔 재정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조정소위원회를 꾸리고 3차 추경 세부 심사에 들어갔다. 예결위원 정수는 총 50명으로 민주당 소속은 30명이다. 이 가운데서도 예산조정소위에 들어가는 위원은 정성호(예결위원장)·박홍근(간사)·김원이·위성곤·최인호 5명이다.

이번 추경 세출증액 내역은 299개 사업, 세출감액 내역은 987개 사업으로 심사 항목만 1286개다. 고작 5명의 국회의원이 이틀 동안 이 대규모의 사업을 쳐다보고 사실상 처리한다는 것이다. 야당 제동도 없으니 정부 예산안을 심사할 때마다 나오는 악습, 이른바 '소소위원회'도 필요 없는 실정이다.

bigsta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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