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여당이 32년 만에 단독 원 구성을 강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에도 차질이 생겼다.
연설문은 이미 완성됐을 테지만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먼지만 쌓이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국회법이 정한 시한에 맞춰 21대 국회 연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진 게 지난 5월24일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다음달 초' 국회를 방문해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다음달 초'는 6월 초다.
이후 문 대통령이 6월5일 개원연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단독개원으로 미뤄지게 됐다.
야당이 원 구성 등에 반발하며 5일 본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개원은 했지만 개원 기념의 의미가 있는 '개원식'은 열리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 개원연설은 법적 의무 없이 관례대로 이어져온 것이기 때문에 여당이 단독개원을 하더라도 개원연설 여부는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여당이 단독 개원한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협치를 강조한 문 대통령이 여당이 단독개원한 국회의 연설대에 오르는 것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남은 임기 동안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가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1987년 개헌 이후, 8차례 있었던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은 여야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대통령들은 개원연설을 통해 국정 계획을 설명하고 협치를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원 연설을 미루고 여야의 협상을 기다렸다.
그러나 6월 내내 여야는 협상과 파행 등을 겪다 29일 결국 최종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리고 여당은 32년 만에 단독 원 구성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이 기다리던 공식 개원식이 더 멀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 임기 중 한 한 번 뿐인 개원 연설인데, 야당의 협조 없이 더이상의 진행은 어렵다.
가장 늦은 개원연설은 원 구성 협상이 가장 지체됐었던 18대 국회로, 2008년 7월 11일에 이뤄졌다.
어쩌면 21대 국회가 그 기록을 깨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회 상황을 지켜보며 애꿎은 문 대통령의 연설문만 계속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국에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과연 대통령의 연설문은 빛을 볼 수 있을까.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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