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상임위원장 싹쓸이… 與, 곧바로 3차 추경 심의
32년 만에 상임위원장 싹쓸이… 與, 곧바로 3차 추경 심의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6.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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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보위 제외 17개 상임위 선출·배정 완료
예결위 회의 등 예정… “6월 국회서 반드시 처리”
통합당은 속수무책… 박 의장 “국민 심판 받겠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단독 원 구성을 강행하면서 정국경색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상임위원장을 의석수 비율대로 나누지 않고 다수당이 단독으로 전부 가져간 것은 32년 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을 위한 본회의를 실시했다. 여권은 이번 본회의에서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원장 인선을 마쳤다. 국회법 41조를 바탕으로 △운영위원장 김태년 의원(원내대표·4선) △정무위원장 윤관석 의원(3선) △교육위원장 유기홍 의원(3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박광온 의원(3선) △행정안전위원장 서영교 의원(3선)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도종환 의원(3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이개호 의원(3선) △환경노동위원장 송옥주 의원(재선) △국토교통위원장 진선미 의원(3선) △여성가족위원장 정춘숙 의원(재선)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정성호 의원(4선)을 내정했다. 

민주당은 앞서 △법제사법위원장 윤호중 의원(4선·사무총장) △기획재정위원장 윤후덕 의원(3선) △외교통일위원장 송영길 의원(4선) △국방위원장 민홍철 의원(3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학영 의원(3선) △보건복지위원장 한정애 의원(3선)을 선출 강행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정보위원회의 위원장 선출은 미뤄졌다. 국회법상 정보위원장은 국회의장이 국회부의장 및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위원을 선임한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여당 몫 국회의장단 선출 강행에 반발하면서 현재 야당 몫 부의장을 뽑지 않은 상태다. 야당 부의장 물망에 올랐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본회의에 앞서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국회부의장은 안 하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29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개 상임위 배정을 마친 민주당은 다음달 3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도 돌입한다. 민주당은 의사일정 진행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시정연설을 청취한 후 상임위별 회부 추경안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30일 오전 9시 30분까지 심의를 마치기로 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엔 예결위 전체회의도 예고했다.

여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한 건 12대 국회가 마지막이다. 박 의장은 그간 헌정사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끝까지 여야 협상을 촉구한 바 있다. 여야는 본회의 전까지 절충안 모색에 나섰지만, 결국 결렬했다.

박 의장은 다만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 원 구성을 현실화한 것에 대해 "진정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경제난국, 남북관계 경색 등 국가 비상시기"라며 "일터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수많은 국민, 생계 걱정하는 서민, 직장 내 떨고있는 국민을 더이상 국회는 외면할 수 없어서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언 중간 울먹이기도 한 박 의장은 "의장과 여야 모두 국민과 역사의 두려운 심판을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제안으로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제안으로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실시한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거대 의석에 맞설 의욕을 상실한 분위기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에서 "의회라는 게 다수당과 소수당이 머리를 맞대고 화합을 도모해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취지"라면서도 "다수라고 마음대로 하겠다며 억지를 쓰는 이상 소수가 대항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수의 여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할 필요는 없고, 야당으로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각오로 원내대표 중심으로 결속하면 그에 못지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상당히 괴로운 순간이지만, 장차 우리의 목표를 위해 하나의 큰 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민주당은 (원 구성) 합의서에 도장을 찍자고 했지만, 오늘 이 상태로는 (21대 국회를) 합의 개원할 수 없다고 민주당에 통보했다"며 "오늘로써 대한민국 국회는 사실상 없어졌고, 일당독재가 시작된 참으로 참담하고 무거운 날"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은 전 상임위를 실질적으로 장악하되, 몇 개만 저희에게 나눠주고 우리를 들러리(도우미) 세우고 있다"며 "상임위원장을 맡을 3선 의원을 중심으로 어제 모든 분의 의사를 물었다. 제가 고맙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모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소회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는 이제 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든 독재를 하든 하고, 저희는 야당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국민께 얘기하겠다"고 강조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