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기고 칼럼]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6.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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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2017년 6·19대책부터 최근 6·17대책까지 3년여 동안 20번이 넘는 크고 작은 대책들을 발표하면서 가능한 규제를 총동원했지만 잡고 싶어 하는 강남 등 고가아파트는 잡지 못하고 보호 대상인 9억원 이하 서울과 수도권 집값까지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모 방송 토론에서 정부의 3년 부동산대책을 점수로 평가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집값은 못 잡았고, 시장의 왜곡은 더욱 심해져 차라리 그냥 시장에 맡겨둔 것이 더 나은 결과가 돼버려서 70점 C를 줬다.

함께 참석한 두 교수님은 각각 50점과 60점을 줘서 그래도 필자가 높은 점수를 주기는 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집값 잡겠다고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 키워드는 핀셋 규제다.

집값 과열 지역을 콕 찍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뒤 대출, 세금, 정비사업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과열지역의 집값은 잡으면서 세수도 확보하고, 비과열지역에는 피해를 최소화해 서민 주거 안정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계획처럼만 됐으면 참 좋았을 텐데 결과는 정 반대가 돼버렸다.

잡아야 할 지역의 집값은 잡지 못하고 풍선효과로 인해 비과열지역까지 과열지역으로 만들어버렸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인데 정부는 강남 등 고가지역의 아파트를 사는 투기 세력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 진단했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진단은 틀렸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게 팔아라 했지만 대부분 팔지 않았다. 심지어 비서실장 본인의 집 처분도 매끄럽지 못했다.

집을 팔지 않은 고위공직자를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임기는 짧고 노후는 길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의 명분을 위해 자신의 자산을 처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연봉 5억원인 전문직이 강남에 30억원 아파트 한 채를 대출받아 구입하는 것이 투기인가?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지방에 3억원 아파트를 대출받고 전세를 끼고 3채를 사는 것이 투기일까?

사실 세금 다 내고 합법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이 도의적인 잣대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투기라 할 수 있지만, 불법을 하지도 않은 일반 국민들한테 도의적인 기준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을까?

부자 동네 고가아파트를 타깃으로 잡으니 풍선효과가 생기면서 진정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오르지 않아야 할 가격대와 지역의 아파트 가격조차 다 올라버렸다.

다수 국민들은 그림의 떡인 강남아파트보다 내가 사려고 했거나 이사를 하려고 했던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이 더 속상하고 힘들다.

무주택과 갈아타기 1주택 보유자의 아파트 취득은 쉽고 보유는 가볍게,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아파트 취득은 어렵고, 보유는 무겁게 하는 것이 맞다.

실수요자들한테는 대출도 풀어주고 보유세 부담도 더 낮춰서 주택을 사도록 하는 것이 서민 주거 안정과 세수확보 차원에서도 좋다.

2주택 이상은 대출과 보유세를 더 강화하고 그래도 사겠다고 한다면 세수를 더 확보해서 공공임대아파트를 더 지으면 된다.

매물 동결 효과로 공급감소의 부작용이 큰 양도세 중과와 정비사업 규제는 완화해서 매물을 늘려주는 것이 시장안정과 세수확보에 더 도움이 된다.

3년 동안 쏟아부어서 잡지 못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금부터라도 △실수요자의 취득은 쉽고 보유는 가볍게 △2주택 이상의 취득은 어렵고 보유는 무겁게 △양도는 가능하고 분양권 전매는 안 되게 대책의 방향을 다시 잡는 것이 맞지 않을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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