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디지털·탈세계화 가속"
한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디지털·탈세계화 가속"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6.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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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모두 비대면 활동 늘고 보호무역 강화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 구조 변화 주요 흐름도. (자료=한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 구조 변화 주요 흐름도. (자료=한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비대면 활동이 늘고, 국가 간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경제 구조 디지털화와 탈세계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계는 생계와 안전에 위협을 겪으면서 위험회피성향이 높아지고, 기업은 예기치 못한 생산차질을 겪으면서 복원력과 유연성에 큰 가치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 같은 경제주체들의 행태변화로 인해 경제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는 가계 및 기업의 비대면 활동 유인이 커지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보호무역 강화 및 인적교류 약화로 탈세계화 추세도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촉발된 환경변화로 인해 국내외 경제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탈세계화 추세가 확산되면서 세계교역 성장세는 이전보다 둔화되겠으나, 디지털경제가 가속화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교역이 확대되면 탈세계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제조업의 스마트화가 촉진되고, 비대면 산업·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친환경·바이오헬스 중심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에서는 숙박음식과 도소매, 판매직 등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직업군의 고용이 감소하는 반면, 비대면 산업을 중심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장 측면으로는 산업·노동 구조 변화와 글로벌 교역 둔화로 생산요소 투입이 부진해지면서 잠재성장률에 하방압력이 증대될 수 있지만, ICT 산업 투자 확대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이런 하방압력을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 측면으로는 예비적 저축 유인 증대와 디지털경제 가속화에 따른 하방압력으로 저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은은 글로벌 유동성이 점차 증가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상승압력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다만 이런 구조적 변화는 여러 국가에서 단일하게 나타나기보다는 국가별로 다양한 방향과 속도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디지털 경제 가속화는 각국의 대응에 따라 어느 나라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긍정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노동투입 감소라는 부정적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구조변화의 진행속도와 방향성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지만, 코로나19 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더라도 가계, 기업, 정부의 행태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