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사모펀드 시장…부실 방지 대책 시급
시한폭탄 사모펀드 시장…부실 방지 대책 시급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6.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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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라임 이어 최근 옵티머스까지 눈 속임 운용 팽배
감독 강화 넘어 일반투자자 진입 제한 필요성도 제기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메인화면(그래픽 효과 적용). (자료=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메인화면(그래픽 효과 적용). (자료=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금융당국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모펀드가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다. 라임 사태에 대한 잔불 정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최근 옵티머스 사태가 금융투자 시장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눈 속임 운용이 팽배한 사모펀드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 아예 일반투자자 진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전문운용사인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지난 26일 만기가 도래한 사모펀드 옵티머스크리에이터 27·28호에 대한 만기 연장 확정 공문을 NH투자증권 등 펀드 판매사 측에 전달했다. 사실상 환매가 중단된 이들 펀드의 총 규모는 225억원에 달한다.

옵티머스의 만기 연장 요구는 지난 17일(25·26호)과 23일(15호·16호)에 이어 세 번째다. 현재까지 환매 중단된 펀드의 규모는 총 900억원에 달하고, 환매 자제가 요청된 개방형 펀드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다.

옵티머스크리에이터 펀드는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의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기대 수익률은 연 3% 안팎으로 비교적 낮지만 펀드 자산 대부분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점에서 높은 안정성을 기대했던 상품이다. 그러나 옵티머스운용은 문제가 됐던 펀드 발행 초기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A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주요 자산으로 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차적 책임은 투자자들을 속인 운용사에 있지만, 이 같은 운용사의 부실을 걸러낼 제도적 체계가 부실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펀드 운용과 관련된 주체는 크게 △자산운용회사 △수탁회사 △사무관리회사(사무수탁회사) △판매사로 나뉘는데, 현행법상 특례 조항을 적용받는 사모펀드는 운용사 외 주체의 관리·감독을 받을 의무가 없다. 수탁회사와 사무관리회사, 판매사 등 기관이 펀드 자산 위조 여부를 알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 펀드의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통상 사모펀드의 경우 운용사가 펀드 안에 어떤 종목이 편입됐는지를 알려주면, 예탁원은 그 리스트대로 기준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자산이 위조됐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탁회사인 하나은행 관계자도 "법적으로 매매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자산을 매매했다"며 "수탁사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으며, 관련 사항에서 문제될 만한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판매사 또한 사무관리회사를 통해 펀드 명세서 등 관련 서류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을 통해 편입된 펀드 자산 명세서와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을 모두 확인했고, 정상적으로 기재돼 있던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자산운용 투명성과 고객 이익 보호를 위해 독립된 준법감시체계를 구축·운영 중이라고 안내해왔다. (자료=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자산운용 투명성과 고객 이익 보호를 위해 독립된 준법감시체계를 구축·운영 중이라고 안내해왔다. (자료=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이번 옵티머스 사태까지 연일 사모펀드 부실이 논란으로 떠오르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수탁기관과 감독당국의 관리·감독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라임자산운용 사태부터 현재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부실 사태로 알 수 있듯이, 사모펀드의 주요 위험요인은 운영리스크에 있다"며 "불법행위를 예방·모니터링할 수 있는 내부통제요건과 함께 위험관리 조직 및 체계에 관한 요건을 재정비하고, 수탁사 및 감독당국의 감독의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운용사로 하여금 포트폴리오 투자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수탁기관과 감독당국은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시스템리스크를 평가·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수탁회사와 판매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운용사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다음 주 중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에 대해 입법예고 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1개 국회가 구성된 이후에야 제출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사모펀드 제도 개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나, 법령 개정이 하루 이틀 새 완료될 사항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계속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애당초 사모펀드는 기관 투자가가 투자 위험에 대한 사항을 인지하고 투자하는 상품"이라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엔 적절치 않은 상품이므로, 개인 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감독당국에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