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공익직불제가 소환한 것들
[독자투고] 공익직불제가 소환한 것들
  • 신아일보
  • 승인 2020.06.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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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박성규

일요일이었다. 고향 시골에는 막 모내기와 밭작물 파종 작업을 마친 60대부터 80대까지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정자나무 아래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으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차에 내려 인사를 건네니, 극구 와서 입 좀 다시고 가란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80을 눈앞에 둔 주호 어머니가“야야, 올해 내가 120만원을 받는다는데 정말 그렇나?” 옆집 형규 어머니는 한 수 더 뜨시며, “내 평생 촌에 살면서 농사를 지어 왔지만 나라에서 이렇게 큰돈을 주는 건 처음이다. 정말 맞제?”라고 되묻는다.

나는 답한다. “예, 맞습니다.” 논이든 밭이든 관계없이 300평 이상 농사를 짓고 작년에 직불금을 받은 농지는 소농직불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할머니는 “이 돈을 받으면, 손주 백일 반지도 해주고 용돈도 줘야겠네.”순간 나는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러지 마시고 장날 읍내에 나가셔서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병원 물리치료도 받고, 좋은 옷도 사 입고 하세요.”라고 말씀드리면 다들 입가에 미소가 오랫동안 머문다.

뿐만이 아니다. 읍·면 이통장 회의에서도 소농직불과 면적직불금 지급요건과 면적에 따른 직불금을 계산해서 설명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직불 금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공익직불제의 순기능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렇다. 지금 농촌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도 막지 못할 만큼 올해 처음 시작하는 공익직불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시간이 갈수록 크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경지면적이 0.5ha(1,512.5평) 미만을 경작하면 농가당 120만원의 소농직불금을 받게 된다. 농업인의 측면에서 봤을 땐 농민으로 살아온 인생을 보상받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당 최대 100만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경제 심리적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묵묵히 실천해온 농업인과 농업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를 공익직불제가 소환한 것이다.

그러나, 공익직불제에는 공익창출이란 의무가 따른다. 그 요체는 농업활동을 통해서 환경보전, 농촌공동체의 유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대표적이다. 국민들은 품질 좋은 농작물을 잘 생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농업으로 인해 조성된 농촌다움 즉,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면서 쾌적한 농촌 환경을 만들어 도시민들의 휴식처와 공간이 될 수 있는 어메너티로서의 농촌 기능을 원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공익직불제가 도입되었으며, 그 역할을 다하여 미래세대에 멋진 농업·농촌을 물러 주길 바랄 것이다.

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탄소 저장과 산소 배출을 통해 대기오염을 줄일 뿐만 아니라, 1년 동안 팔당댐 16개 크기의 저수 기능을 지녀 홍수조절 기능 또한 크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지의 형상과 기능유지로 농작물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먹거리의 공급과 가격파동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식량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식량안보를 지키는 경제적 가치이다. 한 연구진에 의하면 이러한 농업의 다원적인 기능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약 30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 이러한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우리 농업인이 실천해야 할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첫째는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와 가축 분뇨의 퇴비 및 액비화 살포 기준의 준수를 골자로 하는 환경보호이다. 화학비료를 남용하지 않고 충분히 부숙된 퇴비를 사용함으로써 악취 방지로 쾌적한 농촌 환경을 만들고, 적정량 시비로 건강한 토양 환경을 지킬 수 있다.

둘째, 농지의 형상과 기능을 잘 유지·관리하면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토종생물을 위협하는 생태교란물질을 반입하거나 재배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농사짓는 땅을 온전히 안전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식량 안보에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

셋째, 농약안전사용 기준의 준수 및 이산화황과 같은 유해물질 잔류허용기준을 준수하는 먹거리 안전을 들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올해 2년차를 맞는 PLS 준수와 직결된다. 작물에 등록된 농약 및 물질만 포장지 표시대로 지키면 된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은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일 것이다.

넷째, 영농폐기물의 적정처리와 공익증진 교육 이수, 농업경영체 변경등록 신고이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의무사항으로 농지 주변에 폐비닐, 농약병 등을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마을 공동 수거장소에 보관해야 하며, 공익기능 증진을 위해 2시간의 교육이 필요하다.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는 직불금을 비롯한 모든 보조금의 기초 자료이며,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 정보이다 따라서 농지, 농작물, 농업인 등 변경사항이 발생하면 관할 농관원 사무소에 신고해야만 정확한 보조금 관리가 가능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내달 7월부터 위에 열거한 준수사항에 대해 본격적인 현장 점검을 시작한다. 반만년 이래 우리 민족은 “農者之 天下大本”이란 신념이 지배하여 왔으며, 국가 형성의 중요한 요건이었다. 그 속에는 우리 농업인의 땀이 숨어 있다. 부디, 사람과 환경 중심의 공익직불제가 잘 정착되어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는 농업과 농촌의 다양한 공익기능의 실현과 공익가치를 확산시켜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농으로 갈 수 있도록 또한번 우리 농업인들의 저력 발휘를 기대해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박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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