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또 뜬구름만?… 김종인 "한국식 기본소득제 만들어야"
[이슈분석] 또 뜬구름만?… 김종인 "한국식 기본소득제 만들어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6.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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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사회안전망 4.0 토론 참석… "경제 아무도 예측 못해"
'한국식 기본소득제' 마련 제안만… 재원 확보 방안은 안갯속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서 정책 선점을 시도하고 있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한국식 기본소득제도' 마련을 거듭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이지만, 재원 마련에 대해선 여전히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기본소득이 직접적으로 출현했을 때 경제 상황에 대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그런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실정에 맞는 범위 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제는 재산·소득·고용 여부와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소득분배 제도다. 실업·빈곤·재해·노령·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기본소득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불거질 대량실업을 방지하는 것을 선행으로 한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이 등장한 건 17세기로 오래됐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미국의 직업 47%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실업자가 소득을 상실하면 시장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기에 그 해결책으로 기본소득이 강조되고 있다"고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제가 사회적 약자 편에서 당을 끌고 가겠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사회안전망"이라며 "우리나라가 여러 측면에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있지만,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약자를 보살피는 데 충분하지 못한 게 현재의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기준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빈곤율(중위 소득의 50% 이하인 계층의 비중)은 17.4%로 미국(17.8%) 다음으로 높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실정을 언급하며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시정하지 않고선 한국이 경제 성장으로 인해 국민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나라라고 얘기할 순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이란 개념이 나오니 당황하고 회의적 입장을 가진 분이 너무나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위원장도 재정 확보에 대한 방안에 대해선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방안을 떠나 기본소득제 원개념을 제도로 도입했을 경우 국민 1인당 30만원씩 준다고 가정하면 매달 15조원, 연간 180조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편성한 정부의 2020년도 보건·복지·고용 예산인 180조5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상에 비해 현실에서의 도입까진 상당한 괴리감을 나타낸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같은 실정 때문에 정치권에선 차기 대통령 선거주자로 꼽히는 거물급 인사가 기본소득제에 대해 저마다 한마디씩 내던졌지만, 해법은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보수권에선 이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무성 전 통합당 의원은 "되지도 않을 기본소득을 주장하면 포퓰리스트(대중 인기에 영합해 일을 추진하는 사람)"라고 지적했고,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경우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국민 고용보험 실시'를 강조했다. 긍정적 기조를 보이는 것은 "가능한 범위에서 시작해 서서히 확대하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