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1분기 총 20조 차입…작년 분기당 증가액의 4배
코스피 상장사, 1분기 총 20조 차입…작년 분기당 증가액의 4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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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냉각으로 은행 등 대출 큰 폭 확대
코로나 피해 큰 항공·레저 등 분야 차입 의존도↑
코스피 상장 623개사 총차입금 추이(단위:조원). (자료=한경연)
코스피 상장 623개사 총차입금 추이(단위:조원). (자료=한경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차입금이 작년 말 대비 20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분기당 차입금 증가액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 대출이 많이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큰 항공 및 조선, 레저 등 분야의 차입금 의존도는 타 업종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출·영업이익 실적이 있는 코스피 상장 623개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해 22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코스피 상장 623개사의 총차입금은 올해 1분기 386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0조원 늘었다. 작년 분기당 차입금 증가액이 약 5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가량 많다. 이에 따라 코스피 상장사들의 차입금 의존도는 작년 말 21.6%에서 올해 1분기 말 22.5%로 높아졌다. 

1분기 차입금 구성은 회사채가 39.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은행 등 차입금이 33.5%로 뒤를 이었다. 다만, 1분기 차입금 증가 규모를 보면 은행 등 차입금 증가액이 14조9000억원으로,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액 5조3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한경연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2∼4월 회사채 시장이 냉각되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도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섬유·의복 5개 업종은 올해 1분기 차입금 의존도가 모두 상승했다.

특히 항공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작년 4분기 58.5%에서 올해 1분기 63.8%로 5.3%p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어 △조선 2.3%p(17.7%→20.0%) △관광레저 1.4%p(19.5%→20.9%) △대형유통 1.1%p(31.4%→32.5%) △섬유·의복 0.8%p(19.1%→19.9%)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피해 업종들은 영업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차입금 확대,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해 위기를 어렵게 견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상장 623개사의 은행 등 대출을 통한 장·단기 차입금 추이(단위:조원). (자료=한경연)
코스피 상장 623개사의 은행 등 대출을 통한 장·단기 차입금 추이(단위:조원). (자료=한경연)

현금흐름표 상 영업현금흐름은 모든 업종에서 나빠졌는데, 항공과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4개 업종은 순현금흐름이 작년 1분기 유입에서 올해 1분기 유출로 악화했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번 액수보다 쓴 액수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영업현금이 양수인 업종은 섬유·의복뿐으로, 이마저도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10분의 1에 그쳤다.

재무현금흐름을 보면 항공과 관광레저, 조선 업종이 차입금 확대 등으로 올해 1분기 자금 조달이 늘었고, 그 결과 이들 업종의 차입금 의존도가 상당 폭 올랐다.

한경연은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봤을 때 기업들의 재무지표는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 충격이 3월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에 2분기 지표는 더 나쁠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에 힘입어 자금시장의 경색은 최근 다소 진정됐지만, 어려운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애로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