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지스타 참여를 원했을까
[기자수첩] 누가 지스타 참여를 원했을까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6.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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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업체가 참가를 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시에 참가할 게임사 실무자들은 기획안 올리는데 고심이 클 겁니다.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니까요.”

최근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회(조직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게임업계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앞서 강 위원장은 “많은 기업들이 ‘지스타’(G-STAR) 참여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스타의 개최결정 소식을 알렸다.

올해 미국 E3 등 굵직한 해외 게임쇼들이 코로나19로 일정을 변경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지스타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조직위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B2B관, G-CON 등은 온라인, B2C관은 온오프라인과 병행 개최한다. 또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고, 방문객 밀집도 관리, 사전예약제, 시간별 동시수용인원 제한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대 수준의 방역을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게임쇼 흥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 

그러나 업계에선 조직위의 B2C 오프라인 방식 병행 결정에 대해 어떤 게임사가 참여를 원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조직위는 최대수준의 방역을 약속했지만, ‘방역’은 말 그대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경증 또는 무증상 코로나19 환자가 지스타를 방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행사 진행 중 코로나19 환자의 방문사실이 밝혀지면 전시 취소는 불가피하다. 행사종료 후 확진자 방문 소식이 전해질 경우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격리해야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조직위는 전시 취소 시 참가비를 100% 환불해준다는 방침이지만, 부스 제작, 프로그램 마련 등에 쏟은 비용과 시간, 인력을 고려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물론 대형 게임사에게 지스타 참가 준비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자체적인 홍보수단을 갖춘 대형사들은 애초에 위험을 감수하고 지스타에 참여할 만큼 절실하진 않다. 행사 취소에 따른 피해는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에게 집중된다.

결국 중소 게임사들이 ‘안전만 보장된다면 지스타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조직위가 제한적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가 개최 결정을 내린만큼, 경쟁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속내야 어쨌건 이미 돌은 던져졌다. 이제 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 없이 지스타 개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과제를 안았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 국내 프로야구 리그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것처럼, 지스타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수도 있다.

다만 참가업체들에게 위험을 떠넘겨선 안 된다. 코로나19 환자를 완벽히 거를 방안이 없다면 독일 게임쇼 ‘게임스컴’처럼 전면 온라인 개최도 고려해볼만하다. 지스타가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이 같은 우려가 쓸데없는 기우였길 바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