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북한에 연락소 폭파 손배 청구… 웜비어식 협상 검토
통합당, 북한에 연락소 폭파 손배 청구… 웜비어식 협상 검토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6.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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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의원실, 입법처에 관련 법 마련 의뢰
민주당, 남북 갈등 원인에 한미워킹그룹 의심
조선중앙TV는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폭발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회색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고 바로 옆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전면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난 모습이 담겼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폭발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회색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고 바로 옆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전면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난 모습이 담겼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에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 법안을 만들어 북한에 '웜비어식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태영호 통합당 의원 측은 18일 북한에 정부·기업 재산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 입법조사처에 관련 입법화 방안을 의뢰했다.

태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법안 의뢰서에 따르면 태 의원 측은 "만약 북한이 개성공단의 우리 정부와 기업 자산 약 1조1700억원과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자산 약 4200억원까지 훼손할 경우 손실액이 1조원을 웃돌 수 있다"며 "북한에 우리 정부·기업 재산에 대해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16일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립과 운영에는 2018~2020년까지 168억8700만원이 투입됐다. 연락사무소 바로 옆에 위치한 종합지원센터 건설에도 세금 530억원이 들어갔다.

이번 법안에는 지난 2015년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을 상대로 추진 중인 손해배상금 집행 방식처럼 북한의 은닉 재산을 추적해 동결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태 의원실은 "'웜비어식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법원의 배상판결을 근거로 김정은의 은닉재산을 추적한 사례를 적용해보자는 내용"이라며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테러 행위로 고발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 국제재판소를 통한 대응이 무엇이 있을지 검토를 요망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간 긴장 상태 책임을 '한미워킹그룹'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한미워킹그룹은 한국과 미국 간 대북 협의체다. 2018년 한국과 미국이 남북협력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대한민국 외교부 소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국 국무부 소속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 회의를 이끈다.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 남북 협력을 표명할 때마다 미 국무부와 미국 대사가 한미워킹그룹을 언급해 협의체의 중요함을 부각했다. 이런 제약 때문에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은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전을 막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은 이미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상황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썩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이런 도중 20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정부측 의견을 물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에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경계하기도 한다.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내용을 들어 "(한 오찬 참석자가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최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