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시진핑에 재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읍소
볼턴 “트럼프, 시진핑에 재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읍소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6.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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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진핑에 “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추켜세워
신간 발췌록 “중국의 미 농산물 수입 대선 결과에 매우 중요”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곧 출간될 저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에 재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며 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곧 출간될 저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에 재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며 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곧 저서 ‘그것이 일어난 방:백악관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인 가운데 저서 내용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예고된다. 

17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들이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 일부 발췌록을 소개했다. 

발췌록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농민 표심을 의식해 중국 측에 미 농산물 수입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연합뉴스가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에게 노골적인 재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췌록을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두 정상 간 대화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놀랍게도 자신의 재선을 화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시 주석에게 재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무엇보다 “미국 농민 표심과, 중국의 대두·밀수입 증대가 미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최우선으로 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당신은 300년간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그 후 몇 분이 지나자 이번에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며 한층 추켜세웠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의 주장은 다가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최대 승부 요인으로 작용할 농민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을 더 수입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함께 미국의 국익이 섞여 있다”라면서 “백악관 재임 시절 내내 트럼프의 중요 결정은 재선을 위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는지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당시 트럼프는 농업 지역을 돕기 위해 단지 중국의 농산물 구매 확대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라면서 “만약 그대로 합의됐다면 미국의 모든 대중관세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그는 “민주당 탄핵 옹호론자들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너무 집착했다”라면서 “그렇지 않고 시간을 들여서라도 트럼프 외교정책 전반에 대해 더욱 체계적으로 조사했다면, 탄핵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좋아하는 독재국가들의 지도자들에게 사실상 개인적 혜택을 주고 싶어했다”라면서 “이를 위해 트럼프는 몇몇 범죄수사들을 중단하고 싶어 한다는 의향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할크방크 및 중국 ZTE 등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고 싶어 했다는 의미다.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은 저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문제를 비롯한 외교적 무지의 극치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영국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거나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결정을 거의 내릴 뻔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치명적인 모습이라고 볼턴은 적었다. 

이어 지난해 6월 홍콩에서 1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개입하고 싶지 않아. 미국도 마찬가지로 인권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볼턴은 저서를 통해 고백했다. 

같은 달 중국 톈안먼 사건 30주년 추모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차원의 성명 발표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텐안먼 사건) 15년 전의 일”이라면서 무지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누가 그런 일을 상관하느냐. 난 협상 뿐 다른 건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며 폭로를 이어갔다.

볼턴 보좌관의 저서는 출간을 앞둔 상태로 일부 내용의 발췌만으로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