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업계 상생전략, 위기 딛는 마중물 돼야
[기자수첩] 유통업계 상생전략, 위기 딛는 마중물 돼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6.18 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가들에게 제일 큰 소망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내가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을 판로 걱정 없이 제값 받고 공급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올 들어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로 농수축산물 소비는 뚝 떨어지고, 지역 특산물 축제도 무기한 연기되는 등 지금의 시기를 감안한다면, 농가들은 팔 수 있는 곳만 생겨도 천만다행인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통업계가 어려움이 큰 농가들을 돕기 위해 두 팔을 걷고 소비촉진 행사에 나서는 모습은 ‘상생’의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롯데마트는 올 하반기에만 30여곳의 지방자치단체, 기관과 힘을 합쳐 200억원 규모의 농수축산물 판촉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5월에는 완도 전복과 고흥 마늘, 함양 양파 등 코로나19로 소비절벽에 빠진 지역 특산물 판촉에 힘썼다. 상반기에 추진한 특산물 판촉 물량만 3000톤(t) 규모다. 롯데마트는 궁극적으로 농가가 외부환경에 크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판로·수익에 대한 걱정을 덜고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이마트는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소비가 줄고 가격까지 하락한 여수 딱새우와 꼬막을 대량으로 매입해 지역 어가들의 주름을 펴줬다. 이전에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주도 아래 식자재용 공급이 중단돼 재고가 쌓인 해남 왕고구마와 고창 못난이 고구마 등 400t의 고구마를 사들여 완판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GS리테일의 슈퍼마켓 체인 GS더프레시는 가격하락으로 시름이 큰 양계농가를 돕는 차원에서 ‘미리 복날’이라는 닭고기 소비촉진 행사를 기획했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전라남도 어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300t 규모의 전남산 수산물 구매 약정서도 체결했다.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충청북도 괴산과 제주도, 강원도 홍천 등 지방자치단체와 잇달아 협약을 맺고,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군을 개발해 편의점에 공급하기로 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대량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고, 판로까지 열어주는 대형유통업체와 손을 잡는 게 여러모로 유익하다. 유통업체 역시 우수한 품질의 농수축산물을 더욱 많이 확보하게 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유통업체의 브랜드를 믿고, 질 좋은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결국 농가와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 이익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상생은 어려움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코로나19로 유통업계와 농가 모두 침체된 분위기이지만, 이러한 상생이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