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말은 청산유수…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묘안 없는 정치권
[이슈분석] 말은 청산유수…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묘안 없는 정치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6.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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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교육부, 등록금 반환 공감대… 기재부는 "대학이 결정할 문제"
민주당, 3차 추경 증액 검토… 통합당 "대학생 안심 권고" 관망 자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이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묘수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 주장이 얽히고 설켜 여론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해 "(학생이) 강의 한 번 들어보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 기조 표명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사회·교육 분야 담당 정부 부처도 등록금 환급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당과 정부가 선제적으로 등록금 분납 문제부터 시작해 환급 문제에 이르기까지 선제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등록금 부담 경감으로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일각에선 사립대학교를 포함한 대학 재정 지원에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에 코로나19 관련 방역 등 대학 지원 명목으로 1951억원을 편성했다. 전국 대학생 수는 약 200만명으로, 정부는 학교가 1인당 10만원씩 환불하면 국가 재정으로 10만원을 추가 지급해 20만원을 돌려준다는 방안이다.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여기서 나아가 정부가 대학생 1인당 대학 시설비 명목으로 40만원씩 지원하면 평균 12%의 등록금 반환 효과가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정부와 청와대는 기존 교육부 예산에서 항목을 바꿔 반영하자고 하지만, 여당은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과 교육부는 '등록금 반환이냐, 학교 지원이냐' 방법론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등록금 반환의 경우 주체가 대학이지만, 학교 지원이면 교육부가 실행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기획재정부가 국가 부채 증가를 우려해 결이 다른 소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등록금 문제에 대해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는 언급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등록금 전액을 환불하자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10만원 학교가 10만원씩 매칭(연결)해서 20만원을 주는 것에 왜 반대하느냐"고 물었다. 홍 부총리는 "200만명의 대학생을 보면 소득분위로 10등급, 상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이런 대학생에게 10만원씩 나눠주는 게 합리적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에서 국회까지 5박6일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부실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 원격 수업 대책, 학생안전, 인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에서 국회까지 5박6일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부실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 원격 수업 대책, 학생안전, 인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재부의 반대에도 정치권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해결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책조정회의에서 3차 추경 조속 적용을 위해 의정활동 보이콧(거부) 중인 통합당의 조속한 복귀를 요구했다. 추경 집행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등록금 문제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통합당 김 비대위원장의 경우 "대학의 형편을 보면 등록금을 반환하고도 자체의 기능적인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을 전국민을 상대로 주는 상황인데, 이번 3차 추경 편성 과정에서 대학 등록금을 분명히 설정해 대학생을 안심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만 훈수를 뒀다.

그러면서도 3차 추경에 대해선 "냉정하게 판단해 정부가 어떤 계층을 도와줘야 경제적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지 구분해 재정의 쓸데없는 낭비가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하면서 '관망부전(앞으로 가지 않고 지켜보다)'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할 경우 여론은 더욱 분열할 공산이 크다. 앞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두고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이 바람을 일으켰을 때 '정부가 등록금 지원에 혈세를 투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도 함께 일었다.

현재 일부 대학생은 '혈서'까지 쓰며 등록금 반환 요구에 나서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면 연간 학비가 1000만원 안팎인 사립 초·중·고등학교의 학비 반환 요구도 심화할 수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