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부모 공경은 천륜이자 인륜
[e-런저런] 부모 공경은 천륜이자 인륜
  • 신아일보
  • 승인 2020.06.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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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 결과가 눈길을 끈다. 학대받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고 노인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아들 또는 배우자라는 게 요지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하다.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6071건으로 전년(1만5482건)보다 3.8% 증가했다. 이 중 실제 노인학대에 해당하는 사례는 5243건(전체 신고 건수의 32.6%)이었다.

학대를 행위자(총 5777명)과 피해 노인과의 관계를 따져본 결과 아들이 1803건(31.2%)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가 1749건(30.3%)으로 뒤를 이었다. 학대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2.1%, 신체적 학대가 38.1%, 방임이 9.0%였고, 학대 장소는 가정이 4450건(84.9%), 생활 시설(9.3%), 이용시설 131건(2.5%)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증명이라도 하듯 발표가 난 당일 부모를 학대한 사건이 전파를 탔다. 50대 아들이 거동이 불편한 80대 어머니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방치한 것이다.

퇴원을 시키라는 의사 말도 무시한 채 그는 어머니를 응급실에 놔두고 “난 할 만큼 했다. 여기서 죽으라”며 폭언까지 내뱉었다. 결국 그는 응급의료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고 노인학대로 관련 기관에도 신고당했다.

남아선호사상이 명확했던 옛 시대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훗날 학대로 은혜를 갚는 모양새인지 뭔지 모르겠다. 엄마로서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기에 학대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물론 “다 이유가 있다”라며 학대를 정당화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라도 부모, 가족간의 학대는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전에 한 요양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60대 여성은 병상에서 두 다리를 모아 손으로 감싸 앉은 자세로 자그맣게 뚫린 창문을 한동안 주시했다. 외로워 보인 탓에 기자가 “자녀는 언제 오나요”라고 묻자 그는 “뭐 바쁘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병상에 있는 노인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듯했다. 버려진 듯한 노인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해 보였다.

‘부모는 열 자식을 감당해도 열 자식은 부모 하나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도가 지나치면 안된다. 부모를 공경하고 효를 행하는 것은 천륜이자 인륜이다. 노인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우리는 다시금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