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선언 되돌아볼 필요" 대화 손짓 보낸 문대통령
"6.15 선언 되돌아볼 필요" 대화 손짓 보낸 문대통령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0.06.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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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수보회의서 대북 관련 메시지… "무거운 마음"
北 "서리발치는 보복" 경고에 文 "이행해야 엄숙한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맞게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대남 강경 발언을 한 이후 문 대통령이 대북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우리의 제안이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 공식석상에서 대북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바 없다. 

북한이 '대적행동'을 표방하며 연일 거친 담화를 쏟아내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도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개인(허영민) 필명의 정세론 해설에서 "서리발치는 보복 행동이 계속될 것"이라며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다음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북한) 군대에 위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마중 나와 반기는 모습. 양 정상은 활주로 위에서 뜨겁게 악수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마중 나와 반기는 모습. 양 정상은 활주로 위에서 뜨겁게 악수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북한은 '6·15 시대'라고 언급할 정도로 6·15 남북공동선언에 의미를 부여해왔지만, 상징성 있는 기념일인 당일 합의 상대인 남측을 향해 '보복'을 다짐했다.

이처럼 북한이 잇따라 6.15 선언 무실화 입장을 내자 문 대통령이 직접 이행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며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까지 거론한 것을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이 실제 군사 행동을 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합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어렵게 이룬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키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 무력 도발을 일으킨다면 남북 군사합의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북미 사이에서 해온 비핵화 중재자·촉진자 역할도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취임 초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문 대통령은 여론의 비판에도 직면하게 된다. 

여론의 분노가 분출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국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것과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다져놓은 안정적인 임기말 국정운영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대한 직접 대응을 자제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