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도 2020년 7월 정기인사 ‘吳牛喘月’
[기자수첩] 충남도 2020년 7월 정기인사 ‘吳牛喘月’
  • 김기룡 기자
  • 승인 2020.06.15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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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짐작으로 공연한 일에 겁을 내고 걱정함을 비유한 말로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후한 말에서 동진 말까지 약 200년간 실존했던 제왕과 고관 귀족 등 70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 1130조를 주제별로 수록해 놓은 이야기 모음집 ‘세설신어’에서 유래됐다.

서진(西晉) 초 때다. 진나라 무제(武帝)의 상서령(尙書令) 만분(滿奮)이 무제를 알현하러 갔을 때, 무제는 그에게 유리 병풍이 놓여 있는 북쪽 창 옆에 앉도록 했다. 바람을 두려워하는 만분은 이를 자세히 보지 못하고, 그 창가에 앉기를 꺼렸다. 무제가 이를 보고 웃자, 만분은 얼른 창가에 가서 앉으며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남쪽 오(吳)나라의 물소들은 더위를 매우 싫어해, 여름이 되면 물속에 들어가 놀거나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다. 어쩌다 밤에 밝은 달을 보게 되면 그것이 태양인 줄 알고 곧 숨을 헐떡이게 된다. 즉, 오나라의 소가 달 보고 숨을 헐떡이는 것 같은 경우라고 했다.

요즈음 충남도 7월 정기인사와 관련해 공직사회가 한동안 술렁였다.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공로연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공로연수에 따른 승진의 폭이 매우 작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승진의 대상자가 부족해 자리를 메꿀 수 없을 정도였다. 도청 공직자들이 지레짐작으로 공연한 일에 겁을 낸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살펴보면 지도자의 언행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 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지도자와 구성원 간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다. 지도자는 자신의 부주의한 언행으로 인해 구성원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피드백을 구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자신의 표현 방법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만약 생각이 명확하지 않으면 자신도 결론이 명확하지 않다고 이해를 구하고,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맥락을 상대방과 공유하면서 생각을 정리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인식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주관적인 인식일 뿐,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서 동료들 간에 혹은 상하 간에 오해가 가득하고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어도 이들 사이에서 집단 창의성이나 집단 지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갈등 상황에 부닥친 공직자들은 주어진 업무에 몰입하기가 어렵고 결국에는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