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미·중 사이서 고군분투…"정책 지원 필요"
韓 반도체, 미·중 사이서 고군분투…"정책 지원 필요"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6.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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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표 분석 결과 공개
한국기업 반도체 점유율, 2018년 24% → 2019년 19%
반도체 매출대비 지원금 '中 6.6%', '美 3.8%', '韓 0%'대
(이미지=전경련)
(이미지=전경련)

우리 정부는 반도체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선두인 미국과 점유율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한 반면, 국가적으로 지원을 받는 중국의 위협에 직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5일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관련 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라며 이 같이 제언했다.

전경련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절대적 선두의 미국과 약진하는 중국, 그리고 한국의 선방과 일본의 하락세로 정리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실제 연도별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미국은 지난 10년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중국의 경우 2% 미만이던 점유율이 지난해 5%까지 2배 이상 증가하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010년 14%에서 2018년 24%로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지난해 19%로 전년 대비 약 21% 감소했다.

전경련은 중국과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기술격차는 2017년 기준 0.6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KEIT(산업기술수준조사) 조사 결과 같은 기간 한·미 간 시스템 부문 기술 격차는 2013년 1.9년에서 2017년 1.8년 등 답보상태인 것과 대비된다고 전경련은 덧붙였다. 

전경련은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부상은 ‘반도체 굴기’ 계획 등 중앙정부 차원 경제개발정책의 막대한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로 분석했다.

전경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제공받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4~20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모두 중국기업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비율이 높은 SMIC는 매출 대비 6.6%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이 뒤를 이었다. 스위스(ST), 네덜란드(NXP) 국적 기업도 정부 지원 비중이 높았다.

세계 시장 선두에 있는 미국도 주요 반도체기업에 세제혜택과 R&D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을 지원하고 있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반도체기업 2곳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각각 매출대비 0.8%, 0.6%에 불과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해외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ECD가 발표한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Buyer) 통계’에 따르면 2015~2018년 외국 반도체 기업 인수전에 뛰어든 중국 기업은 29곳에 달한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단 기간 내 시장진입과 외부 기술·전략 흡수에 성공했다.

OECD는 이에 대해 “중국기업의 적극적 인수합병에는 2014년 마련된 중국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의 기여가 컸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중국의 적극 지원으로 반도체시장 지형이 변화한 가운데,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000억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R&D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이 5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조차도 최고 고부가가치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