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차질…하반기 현금 확보 고심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차질…하반기 현금 확보 고심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6.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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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원 조성 추진에 민간 매각 힘들어져
왕산마리나·파라다이스호텔 팔아도 현금 확보 불충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사진=신아일보 DB)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사진=신아일보 DB)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으로 올해 하반기 현금 확보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왕산마리나,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등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이들 자산을 팔아도 송현동 부지가 적정한 액수로 매각되지 않으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은 현금 확보 과정에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일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부지 용도를 문화공원으로 만드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공고했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를 매입해 시민들을 위한 숲·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 9일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에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 조성 추진은 힘을 받게 됐다.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송현동 부지가 문화공원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민간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도 다른 개발을 할 수 없다.

또, 서울시는 해당 부지 매입 보상비로 4671억원가량을 책정했다. 서울시는 이 비용을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분할지급 한다는 내부방침도 세웠다.

대한항공으로선 당초 연내 매각을 목표로 계획한 경쟁 입찰 방식의 현금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 이외에 함께 추진 중인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100% 매각과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용지와 건물 매각 대금만으로는 충분한 현금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가를 최대한 높이지 못하면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최근 기내식, 항공기정비(MRO) 등 알짜 사업부 매각 검토를 위해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으로부터 자산 가치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대한항공이 사업부 매각을 위해 사전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으로 당장 올해 상반기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송현동 부지 매각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하반기 현금 확보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올해 대한항공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3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달 대한항공과 금융지원을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하고, 1조2000억원 지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상반기 자금 수혈에 필요한 액수다.

대한항공은 올해 하반기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자금 1호 지원 대상이 될 전망이 나오면서 1조원 안팎의 정부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송현동 부지 매각 등 자구책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올해 안에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왕산레저개발 지분과 파라다이스호텔 매각 등은 올해 안에 이뤄질 수도 있지만, 송현동 부지 매각이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현금 확보 방안 중 금액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한항공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