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원·영훈국제중 내년 일반중 전환… 학교 “소송 불사”
서울 대원·영훈국제중 내년 일반중 전환… 학교 “소송 불사”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6.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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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일반고 전환. (사진=연합뉴스)
국제중 일반고 전환. (사진=연합뉴스)

서울 소재 사립 국제중학교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학교가 내년 일반중으로 전환된다. 최근 이뤄진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재지정 평가에서 이 두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데 따라서다.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교육청은 전날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서울체육중 등 3개 특성화중학교를 두고 지정·운영성과 평가 심의를 진행했다. 

운영성과 평가는 5년 주기로 특성화중이 지정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절차다. 이 평가에서 특성화중 지정취소 여부가 판단된다. 

그 결과 평가단은 서울체육중을 제외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을 특성화중 지정에서 탈락시켰다. 

교육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 교육격차 해소 노력 저조, 학생 1인당 기본적 교육활동비와 사회통합 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정도 저조 등 이유로 두 학교에 대해 국제중 지정을 취소했다. 

올해부터 특성화중 운영성과평가에서 지정취소 기준 점수가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됐고 감사 지적 사항에 따른 감점이 5점에서 10점으로 올랐다. 시교육청은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반영해 두 학교의 거취를 판단한 모습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시교육청의 결정이 학교서열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국제중은 오랜 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학생들이 국내 학교에 적응하기 쉽도록 하고,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2017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제중의 해외 출신 학생 비율은 고작 1.4%였다. 입학생 대부분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발판으로 국제중에 들어온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이런 현실과 함께 2013년 6월 터진 입시비리를 계기로 2014학년도 입학전형에서 국제중의 서류전형 서술영역 평가 일부를 폐지하는 한편 2015학년부터는 전원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사교육을 잘 받은 학생이 입학하는 학교라는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두 학교의 경우 학생 1인당 학비는 약 1000만원 이상으로 전국 일반중학교 대비 3배를 넘는다. 

이런 점에서 결국 이번 이 두 학교의 국제중 지정 취소는 학교서열화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본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교육당국이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을 폐지,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맥락과 유사하다. 

조 교육감의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국제중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국제중은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 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 이를 방증한다.  

시교육청은 이런 결과를 관련법에 따라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시교육청의 결정에 동의할 경우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 중학교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 학생 신분이 유지된다. 

이에 학교 측은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 평가 기준을 올리는 등 재지정을 않겠다는 결론을 내놓고 이에 맞춰 평가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교육부가 시교육청의 결정에 동의해 국제중이 취소가 확정될 경우 법원에 특성화중 지정취소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해당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