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반기 증시 안갯속…'균형감' 유지할 때
[기자수첩] 하반기 증시 안갯속…'균형감' 유지할 때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6.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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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으로 증시에 몰린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여전히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다. 당초 '반짝' 현상에 그칠 거라던 세간의 예상과 달리, 개인들의 힘은 그간의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문제는 하반기 주식시장이 아직 안갯속에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증시의 2차 조정을 우려하는 가운데, 최근 다시 거세지고 있는 개인들의 투자 열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증시의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1조139억원 증가한 45조5691억원에 달했다. 예탁금은 지난 4월 최고치인 47조6669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줄어들다가, 최근 들어 코스피 지수가 연초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다시 늘고 있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도 다시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 거래일보다 614억원 증가한 11조3777억원에 달하며 49거래일 연속 늘어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1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코스피가 2300선을 넘나들던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약 1년8개월 만이다. 

상승장이 지속되면서 저평가됐던 종목들의 주가상승이 이어지자, 돈을 빌려서라도 이익을 챙기고픈 심리가 나타난 결과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증시 상승 동력이 떨어질 경우다. 

당초 예상보다 주가 하락이 심각하다면, 갖고 있는 주식 모두를 팔아도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돈을 갚지 못한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반대매매를 당할 경우 그 손실 규모는 예상할 수 없다. 

최근 증시 반등으로 증권사들의 주식 반대매매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우려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4월7일 저점인 98억원을 찍은 이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이달 들어선 일평균 158억원을 넘어가는 수준이다. 하반기 국내 증시가 조정을 겪는다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일지도 모른다. 

아직 국내 실물경제 지표는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만큼 개선되지 못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수정 전망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경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연결기준)은 52조442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52.82%나 급감했다. 올해 1분기도 순이익이 11조3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80%나 줄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디플레이션이 예상된다"며 "지난 3~4월에 급등한 재고율이 하락 추세로 전환되기까지는 단가 하락의 압박을 겪을 수 있고, 선진국 고용시장이 더디게 회복하는 등 글로벌 경제 지표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균형감을 가져야 할 시기다. 힘들게 모은 피같은 돈을 찰나의 위험으로 날릴 수는 없지 않은가. 희망에 대한 베팅은 실물 경제에서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힌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