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사각지대’ 중국동포 쉼터서 집단감염… “촘촘한 관리 필요” 
‘방역 사각지대’ 중국동포 쉼터서 집단감염… “촘촘한 관리 필요”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6.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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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발 집단감염. (사진=연합뉴스)
쉼터발 집단감염.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서울 가리봉동 중국동포 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쉼터발 집단감염은 소위 ‘방역 사각지대’로 분류되는 이주노동자 집단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한때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중심으로 하루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온 사례를 떠올리며 이번 쉼터발 집단감염이 대규모 유행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비하며 방역에 나서고 있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주민 지원단체가 운영하는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전날까지 최소 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최초 확진자는 지난 7일 나왔다. 이어 다음 날인 8일에는 쉼터 거주자 8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초 확진자를 포함해 이틀 만에 이 쉼터에서 최소 9명이 나온 것이다. 

이날 추가 확진자들은 59세 여성, 61세 남성, 64세 여성, 72세 여성, 76세 여성, 81세 남성 등으로 대부분 고령에 속했다. 

눈여겨 볼 점은 최초 확진자가 최근 또 다른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다단계업체 ‘리치웨이’를 방문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쉼터 거주자가 리치웨이를 방문하면서 리치웨이와 쉼터 집단 모두에 감염을 발생시켰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불법 체류자, 이주노동자 등 방역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에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을 거듭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번 쉼터발 집단감염으로 결국 방역 사각지대마저 뚫리게 된 셈이 됐다.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집단, 이번 쉼터의 감염 위험도를 높게 보는 것은 밀폐, 밀집, 밀접 등 전파 가능성을 충족하는 3가지 요건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주민이라고 해서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들이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밀집해 밀접한 접촉을 하는 이른바 감염병 전파가 쉬운 ‘3밀 조건’의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주민이라는 특정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서로 촘촘하게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특성상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조용한 전파가 급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경제적, 사회적 여건 등으로 병원에 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이주민과 다르지만 노숙자 밀집지역, 쪽방촌, 새벽시장 인력 숙소 등도 이런 취약 사각지대 분류에서 제외될 수 없다. 

정부는 이런 방역 취약층에 대한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더욱 선제적인 방역으로 이들의 안전과 집단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