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코로나19 명과 암② 찬사에 가려진 씁쓸한 이면… 방역 구멍 메우기 ‘숙제’
[창간특집] 코로나19 명과 암② 찬사에 가려진 씁쓸한 이면… 방역 구멍 메우기 ‘숙제’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6.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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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서 붙어앉은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PC방서 붙어앉은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비교적 이를 잘 방어하고 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하루 수십,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각 국의 모습과 달리 한국은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는 등 진정 국면을 맞이한 데 따라서다. 

한국의 방역 시스템은 ‘K-방역’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글로벌 표준’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K-방역’이라는 위상 이면에는 정부의 초기 대책 미비, 이태원 클럽 n차 감염‧소규모 집단감염으로 인한 수도권 확산 등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 견주어 ‘비교적’ 안정적 이라고 안도하는 순간 ‘방역 구멍’은 어디서든 생겨날 수 있다. 아쉬운 대응을 어떻게 바로잡고 다음의 위기에 대처하느냐 하는 것은 코로나19 종식까지 안고 가야할 숙제다. <편집자주> 

◇초기 중국인 입국제한 소극적… 신천지 대구교회 대응 미흡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고 한국에는 지난 1월20일 중국에서 입국한 여성이 첫 확진자로 보고됐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서울, 경기 등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국민은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을 경계, 중국인 입국을 전면 막아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1월24일 정부는 “코로나19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같은 달 29일에는 “1~2주가 고비”라며 또 한 번 코로나19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새 확진자는 계속 나왔고 중국인 입국을 막아달라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자 2월4일 정부는 그제야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검토했다. 국민은 중국인 입국을 전면 막아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중국 전역이 아닌 후베이성에서 오는 입국자만 제한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2월18일 대구 신천지교회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면은 비상 상황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2월20일에는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정국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31번 확진자가 감염된 채 교회와 호텔, 병원 등을 넘나들면서 2차, 3차 등으로 이어지는 집단 연쇄감염을 낳았고 결국 2월29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발생 수가 909명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정부는 의료 인력 파견, 선별진료소 마련 등 조치에 나섰으나 의료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검진자, 확진자가 늘면서 의료 인력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병상까지 부족해 치료도 제대로 못 받는 확진자가 생기게 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거점지역에 치료보호센터 등을 마련하고 의료 인력 자원 요청을 호소하며 코로나19 억제에 힘을 쏟았으나 대응이 미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국 신천지 신도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역시 1인당 담당 건이 너무 많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구로콜센터 집단감염… 수도권·지방 잇단 확진에 ‘속수무책’ 

2월 말 코로나19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성행하며 모든 시선이 지역으로 쏠리고 있는 때 3월 초 서울에서는 집단감염이 터졌다. 3월8일 구로구 소재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2차, 3차 감염으로 이어지면서 5일 만에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무더기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졌다. 

대구 신천지교회 확산이 아물기도 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에서 집단감염이 터지게 된 것이다. 

교회,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서도 소규모 집단감염이 나왔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확진 사례도 연일 발생하면서 3월의 정국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계기관, 의료진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국민이 동참하는 사회적 운동을 전개하기에 나섰다. 

정부는 3월22일 사람 간 접촉을 막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발표했다. 여행, 모임 등을 금지하도록 하는 한편 콜센터, PC방, 유흥업소, 학원, 체육시설 등 인구가 밀집하고 접촉이 많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조치였다. 

4월1일부터는 해외 유입 확진 사례를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 자가격리와 진단검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국 후베이성만 입국조치를 했던 2월 때와 달리 4월 들어 정부가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점점 줄었고 4월 중순께는 하루 신규 확진자 발생 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고무적인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4월22일부터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방향을 바꿨고 5월6일부터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으로 다시 한번 전환했다. 코로나19가 안정세에 들면서 정부가 사실상 국민의 일상생활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생활방역 전환하자마자 수도권 확산… 끝나지 않은 집단감염 공포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으로 전환한 당일 신규 확진자는 0명이었다. 78일 만에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종식을 기대라는 시선도 많아지게 됐다. 

하지만 이 기대는 희망에 불과했다.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거치면서 한국은 또다시 코로나19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연휴 기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 갔던 경기도 용인 거주 한 남성이 5월6일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클럽발 감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클럽 방문자가 2차 감염, 2차 감염자가 또 3차 감염 등을 유발하면서 집단 연쇄감염이 시작됐다. 신천지 대구교회, 구로 콜센터 사태가 데자뷰되는 상황이 됐다. 

5월23일에는 경기도 부천 쿠팡물류센터 확진자까지 나오면서 물류센터발 집단감염도 겹쳤다. 5월27일에는 제주 단체 여행을 간 경기도 군포·안양 교회 목사와 교인들이 확진됐고 5월31일에는 인천 개척교회 부흥회에 참석한 목사·교인들이 무더기 확진되면서 교회발 집단감염까지 이어졌다. 

집단감염 사태는 6월에도 계속됐다.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소재 다단계업체에서 집단감염이 나왔고 4일에는 서울 양천구 탁구장에서 집단감염이 터졌다. 이튿날인 5일에는 서울 롯데월드를 방문한 고3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아 롯데월드가 자칫 또 다른 집단감염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집단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업장 관리자 역할을 강조하고 6월 중순까지 공공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물류센터, 콜센터, IT업종, 육가공업 등 이른바 취약 사업장 등 점검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대책을 강구하며 코로나19 저지에 나섰지만 이미 일이 터진 후에야 대응한다는, 늑장 대처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시선을 비껴갈 수 없게 됐다. 

한국은 2월 말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 발생 수가 900명을 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지만 3월 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 강력한 대책으로 이후 100명, 50명, 30명, 10명 등으로 신규 확진자 발생 수를 줄여나갔다. 아직도 신규 확진자 발생 수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이전에 비하면 비교적 괜찮은 방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중국인 입국 제한을 망설인 초기대응과 뚜렷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곧 종식될 것이라는 낙관, 집단감염에 대한 대비책 부재, 의료 인력 운영 부재, 사전예방 미흡 등은 K-방역에 있어 오점으로 남을 수 있겠다. 한국은 8일 오전 기준 코로나19에 1만1814명이 감염됐고 273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나 자체만 놓고 볼 때는 확진 및 사망자 수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세계 각국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올 가을 이후 다시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지난 5개월간의 경험을 통해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잘한 점은 더 발전시켜 코로나19 제2 대유행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