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6·15 공동선언 20주년인데… 갈 길 먼 남북관계
[창간특집] 6·15 공동선언 20주년인데… 갈 길 먼 남북관계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0.06.0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 첫 정상회담 시작으로 수차례 만남 가져온 남북
文정부 관계 악화됐다 개선 '반복'… 북미관계에 직격타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인 2000년 6월15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 방북 3일째, 남북 정상은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불리게 된 이 성명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친필 서명이 나란히 담겼다. 

선언문에는 평화 통일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남북한의 교류 등 두 정상이 뜻을 모은 5개 항목이 담겼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선언 제20주년이 8일로 일주일여를 앞두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다. 

다만 6.15 남북공동선언 주역 중 한 명인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현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아주 잘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마중 나와 반기는 모습. 양 정상은 활주로 위에서 뜨겁게 악수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마중 나와 반기는 모습. 양 정상은 활주로 위에서 뜨겁게 악수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 햇볕정책 결실이었는데… 효과 중단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6월13일 평양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1945년 한반도 분한 이후 55년 만의 첫 만남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2박3일간 평양에 머물렀다. 

애초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8년 2월 대통령취임사에서 "북한이 원한다면 정상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한 이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정상회담' 등을 촉구했다. 

햇볕정책의 결실과도 같은 이 회담은 김 전 대통령의 생애 전반에 걸친 한국 민주화 운동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양 정상은 3일간의 회담을 마치고 6월15일 평화 통일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남북한의 교류 등 뜻을 모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손을 잡고 선언문의 합의가 잘 됐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서울에서 회담을 다시 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사망했고, 북한의 핵 개발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남북 갈등도 심해졌다. 

결국 6·15 공동선언의 효과도 중단된 상태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북측과 비밀협상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요 인물 중 한명인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주년인 만큼 감회가 새롭다"며 "당시 모든 게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있으면 뭐하나… 핫라인 '유명무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평양정상회담 둘째날 정상간 핫라인 설치를 제안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이를 즉석에서 수락했다. 

그로부터 4일 뒤 국정원과 북측 통일전선부 사이에 핫라인이 개설됐다. 

당시 메신저 역할을 했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자신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비상연락망은 '국민의 정부' 마지막 날까지 계속 유지되면서 남북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핫라인은 급박한 남북관계 고비고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02년 6월29일 발생했던 2차 서해교전 때는 북측이 핫라인을 통해 "계획적이거나 고의성은 띤 것이 아니라 순전히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시킨 사고였음이 확인됐다"며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자"라는 긴급 통지문을 보내며 우발상황 관리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임동원 회고록 '피스메이커')

이 핫라인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활동됐지만,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끊긴 핫라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다시 개통됐다. 다만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손을 잛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기도 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손을 잛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기도 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개선된 남북·북미관계… 빠르게 식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일관된 한반도 평화구상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와는 다르게 남북관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북한과 미국은 험한 말을 주고받았고, 한반도는 매일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2018년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리픽 참여를 계기로 4월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6월12일에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이어 9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남북 군사합의 의정서를 담은 9.19 평양 선언이 채택됐다.

이 합의사항 중 실천된 것도 있고, 실천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남북이 주요 현안에 대한 공동의 기본의식은 공유하게 됐다는 진전은 있었다. 

하지만 2019년 2월 27일~28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북핵 문제에 이렇다 할 돌파구도 찾지 못한 채 북미는 물론 남북관계까지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가 됐다. 

◇ '하노이 노딜'후 올스톱… 재가동 움직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멈췄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작업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북미 관계가 1년 이상 소강 상태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면서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대내적으로는 거대여당의 출범으로 추진력이 확보됐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관계 개선에 무관심하다는 점도 걸림돌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24일 핵전쟁 억제력 강화명분 및 미사일(ICBM)발사를 시사하면서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이라는 뜻깊은 날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음에도 북한의 대남비난 수위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6일 "적은 역시 적"이라며 "갈 데까지 가보자"고 경고했다.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2년 반 만에 완전히 사라지고 '대립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악화되면서 이에 따른 영향이 남북관계로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남아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의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전 의원은 "북미간 교착상태에 남북간도 그런 상태가 지숙되고 있다"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거듭 호평했다. 

개성공단 내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진=연합뉴스)
개성공단 내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진=연합뉴스)

 

◇ 공동행사 결국 좌초… '코로나19' 영향도

통일부는 지난 4월 '2020년도 남북관계발전시행계획'을 통해 올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간 교류와 공동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간 공동행사는 사실상 좌초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데다 경색국면의 남북관계에 북한이 민간 차원의 제안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의도적 대남 무시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번 행사는 우리측만의 자체 행사로 기획됐다. 

또한 많은 인원이 몰리는 주요 행사는 감염병 확산 추이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거나 장소가 바뀔 수 있는 유동적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통일부는 정부차원에서 올해 20주년 공동행사를 북측에 제안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감병병이 확산됐다"며 "객관적으로 공동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akim@shinailbo.co.kr